주채무계열 선정됐지만 은행들 옥석가리기 고심

주채무계열 기업 내달 말까지 실사…"작년보다 늘어날 듯"

입력 : 2016-04-1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주채무계열이 선정되면서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정리와 옥석가리기를 당부하고 있는 만큼 작년보다 많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적인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으로 있는 은행들의 표정은 어둡다. 한계기업이 늘어날수록 건전성과 수익성은 나빠지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빚이 많은 기업집단인 '주채무계열'이 올해 39개 선정되면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울렸다. 주채무계열이란 지난해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2014년 금융기관 총 신용공여액(1810조9000억원)의 0.075%(1조3581억원)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말한다.
 
주채무계열 수는 선정기준 강화로 2013년 30곳에서 2014년 42곳으로 대폭 늘어난 뒤 2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공여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0조7000억원으로 전년도 41개 기업에 대한 303조원에 비해 2조3000억원(0.8%) 감소했다.
 
주채무계열 수가 작년에 비해 줄었고 그에 따라 신용공여액도 소폭 감소했지만 은행권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번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는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더욱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39개 주채무계열의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13개), 산업은행(12개), KEB하나은행(6개), 신한은행(4개), KB국민은행(3개), 농협은행(1개) 등 6개 은행이 담당한다.
 
이들 은행들은 39개 계열에 대해 5월 말까지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해 재무구조가 취약한 계열에 대해선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증자, 자산처분, 신용공여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한다. 내달 말에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여부를 담은 '살생부'가 나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게 되면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등 건전성이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며 "올해는 은행 임원을 호출, 좀비 기업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등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기업구조조정 간담회에서 "채권은행들은 회생가능기업에 대해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을 해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며,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엄정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은행들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시작한 상태다. 지난해엔 수시 검사까지 두 차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54곳이 C(워크아웃)·D(법정관리) 등급을 받았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기업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는 경우 은행으로서는 보유 여신에 대한 손실과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금융당국이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건전성 우려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작년 말 현재 1.71%로 전년 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2013년 1.79%에서 2014년 1.55%로 소폭 하락했다가 지난해 말 반등한 것이다.
 
부문별 부실채권비율을 보면 기업 부문의 부실채권비율이 2.42%로 전년 대비 0.3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전년 대비 1.17%포인트나 상승한 3.45%에 달했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010년 108.5%에서 2012년 159.0%로 올랐다가 2014년 124.0%, 2015년 112.0%로 하향 추세다. 이는 기업 부도 등 손실에 의한 충격을 줄일 대비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대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지난해 조선업 등을 위주로 국책은행이 많은 부담을 졌다면 올해는 시중은행들도 부실기업 털어내기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간담회에서 기업 부실화를 사전에 예방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엄정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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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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