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세월호 사고 2주년 추모식을 앞두고 찾아온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13일 오전 6시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안산 단원구을 투표소 현장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휴일임에도 출근해야 하는 20대부터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60대까지 투표현장을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우산을 들고 있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때문이다.
선거일이 공휴일이다 보니 투표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는 분위기의 다른 지역과 달리 안산 단원구는 여느 때와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지역구마다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선택에 확신이 담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내에 따라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은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진중함이 묻어 있었다.
나의 첫 선거는 지난 2008년 4월 지금으로부터 꼬박 8년 전 있었던 18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당시 나는 단원고등학교 1기로 졸업한 후 첫 선거였다. 나의 첫 투표는 국민을 대표할 누군가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좀 더 의미가 깊다. 2년 전 세월호 사고 후 첫 국회의원 선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사고를 겪은 후배들이 맞는 첫 선거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후배들은 각자의 쉼터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자신의 결정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국가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에서 단 한 번의 투표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떠나간 후배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성인이 돼 할 수 있는 첫 선거의 설렘도 맛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미안함도 가득하다.
더 안타까운 점은 전국적으로 쉽사리 찾을 수 있었던 노란 리본은 이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흘러 사람들 사이에서 잊히고 있는 것이라 본다.
최근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동주'라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20대 총선거 현장에 가장 어울리는 시 구절이 아닌가 싶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봄비는 국가에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 찾아온 후배들의 넋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