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윤다혜기자] “교육부야말로 진정한 교육적 가치 실현을 위해 정권에서 독립되고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박옥주 ‘416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교육부가 밝힌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 활용 금지’ 방침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416교과서는 ‘세월호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초중등 교사용 교재다. 전교조는 지난 4일부터 오는 16일까지를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참사 2주기 집중 실천주간’으로 설정하고 계기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 중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방침 위반시 징계 요구 등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국가적 참사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 메시지를 줘야 할 교육부가 그런 노력 없이 교사들이 만든 책에 대해 사실왜곡이라며 교육을 금지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 국가관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416 교과서’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희생자는 학생과 교사다. 물론 유가족분들도 계시지만, 때문에 저희 교사들로서는 세월호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과 같이 느끼면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된 불법과적과 증축, 그를 가능하게 했던 규제완화, 구조과정에서의 특정 해운사와의 결탁 등이 그것인데, 특히 참사 당시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선원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 부분은 저희 교사들로서는 가슴을 치게 만든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들과 관련한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더 나아가서 똑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얘기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저희 교사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2년간 진행되는 사황을 보면 전혀 진실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사건이 되서는 안 된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학생들이 함께 다양한 토론을 통해 기억하고, 어떻게 하면 진실이 밝혀질지,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교과서'의 기획 의도는 바로 이것이다. 세월호에 참사 대해 당사자인 저희 교사들과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이를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 교사로서,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해야 할 책임이며 몫이다. ‘416교과서’는 이같이 학생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해주는 교사용 교재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기억과 공감’, ‘진실 찾기’, ‘정의 세우기’, ‘약속과 실천’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과 공감은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과 생존자, 또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 사건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희생자들, 생존자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416 교과서’에 대한 교육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세월호 타임라인을 침몰시점부터 침몰 전까지로 표를 이용해 보여줬을 때 학생들은 “사건 당일 오전 9시7분으로 돌아가 마이크를 빼앗아 방송하겠다”, “밖으로 나가라고 하겠다”, “돌아다니면서 탈출하라고 소리치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한다. 스스로 탈출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탈출하기 위해 돕는다는 것에 답변이 많이 몰려 있다. 이런 토론들이 기억과 공감에 맞는 부분이고 중요 부분이다.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훌륭한 부분이 많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들도 어른보다 훌륭한 행동을 많이 했다. 지금 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가 형성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진실 찾기 부분은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희생자들은 왜 구조되지 못했나 하는 문제 등에 대해 언론과 특조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 수준에서 토론하게끔 구성이 되어 있다.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의혹은 무엇이며, 진실은 왜 밝혀지기 어려운지, 내가 선장이나 해경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등 사건 발생 전후와 사회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두고 학생들이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생각과 토론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의 세우기 부분은 세월호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행됐던 600만명 이상의 서명운동 동참, 딸 유민이를 잃은 김영호씨의 46일 단식이야기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문제를 어떻게 성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사회에 정의를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갖고 토론을 해보도록 구성했다.
마지막 약속과 실천 부분은 생존자들에 대한 치유와 그를 위한 사회적 노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브루크 문 앞 파리저 광장에 놓인 희생자 숫자를 상징하는 304켤레의 신발 전시, 안산온마음센터 등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면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작년 여름방학 때부터 교사들 중심으로 체계적인 자료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약 8개월 동안 수차례 원고를 작성하고 그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특히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균형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 중 세월호 사건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변호사들, 법정에서 재판과정을 지켜 본 변호사들로부터 많은 검토를 받았다. 교사들 내부에서도 예를 들어 진실규명과정에서 의혹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특정한 시각을 갖게 할 위험은 없는지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자료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객관적 자료 그대로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토론하도록 구성했다. 나름대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굳이 교과서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응축해 담고 있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이 시기에 함께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다. 때문에 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학생들은 앞으로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존재다.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갈지,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시민으로 성장할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다룬다는 의미다.
‘미소의 여왕’ 부분은 사전에 논란을 피할 수 있지 않았나.
그 부분은 세월호를 다룬 동화를 그대로 발췌한 것이다. 이후 다른 글로 바꿔도 괜찮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토론을 했는데 출판하자마자 교육부가 문제를 삼았고, 현장에서 교사들에게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글을 선택해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때문에 다른 글을 찾기 보다는 불필요하게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한 것이다. ‘416교과서’는 내년에도 계기교육 교재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검토를 거쳐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다.
교육부가 '세월호 관련 학생교육 지침'을 일선 학교에 제시한 적이 있나.
안전교육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적이 있다. 수학여행을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보내라고 지침을 준적도 있다. 교육과정 개정 후 별도의 안전교과목을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꽉 짜여져 있는 현행 교육과정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본질을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데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전교육은 모든 수업시간을 통해 상황별로, 수시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편, 416교과서를 통한 학습은 계기교육으로서 진행된다. 계기교육은 교육부가 마련한 관련법령에 근거가 있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사회 현안에 대해 학생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계기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도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계기교육 지침에 따른다’고 명시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 문제는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사회 현안이며,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학생들의 올바른 이해를 도와야 하는 상징적인 문제다. 국가적 참사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해야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일이다. 교육부는 이를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이런 문제는 사실 교육부에서 메시지를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대피 방송도 하지 않은 선장의 무책임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는지, 학생들은 어떻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부에서 제안해야 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들이 만든 책에 대해 부정적 국가관, 사실왜곡이라고 한다. 이런 교육부의 상식적이지 못한 태도야 말로 부정적 국가관을 만든다. 아이들도 듣고, 보고, 생각한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최종적 책임자가 결국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볼 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다 보니까 교육부가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교육부야말로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권에서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감수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없나.
감수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교육부는 책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기획되고 어떻게 쓰여졌는 지 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정확히 안 봤거나 일부러 공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곡하려고 하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416교과서’는 교사 참고용 도서자료다. 모든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있는데 이 자료에 대해서만 유독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교사들이 그동안 해왔던 수업에 반하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416교과서’ 계기교육은 소속 교사 전원이 참여하나.
계기교육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교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하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 책 수요가 많다. 현재 8000부정도 나간 상태다. 상업용이 아니며, 택배비 6000원만 내면 배달한다.
이번 수업이 실제 징계로 이어질 것 같은데.
징계받을 사안이 아니며, 겁내지도 않는다. 교육부가 수업과정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수업을 감시하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수업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교육감들도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감들이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여러모로 불이익이 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리과정에서 예산을 차등 지원한다든지, 교육청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들이 중립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지침을 내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교육감 권한 침해이다. 그러나 그것에 영향을 받는 교육감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자신의 행정권 책임은 교육감이 책임져야 한다. 교육감 역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교육계획을 내야 하는 주체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교육감 스스로 권한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교사가 똑같은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자료를 갖고 다른 소재를 갖고 수업을 할 수 있다. 계기수업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현장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에는 또 다른 토론 거리가 생기게 된다. 앞서 말했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계기 교육은 다양한 시각에서의 토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도 의문을 갖는 분들에겐 뭐라고 할 것인가.
416교과서 내용에는 걱정할 부분이 없다. 상식이 있는 교사들과 판단할 줄 아는 학생들이 열린 상태에서 토론하는 것이다. 우려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자료다.
교육방식은 바뀌고 있다. 일방적 교육이 줄고 학생들도 그대로 믿지 않는다. 학생들도 수많은 자료를 접하기 때문에 스스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자료가 오히려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고 그로 인해 좋은 소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416 이후, 학교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오래된 우리사회의 교육적 과제이기도 한데, 참사 과정에서처럼 지시하면 따르는 그 순종적인 교육이 문제다. 아이들 스스로 행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자율적 교육 필요하다. 그 근거가 되는 교육구조에 현재 상당히 문제가 많다. 순종적인 교육이라는 것은 경쟁구도에서 나온다고 본다. ‘경쟁에서서 이겨서 성공해야 한다’ 이런 것에만 매달리다 보면 판단하고, 토론하고, 삶을 돌아보면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런 인간으로 성장할 경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자율적 판단과 그를 위한 토론이 있을 수 없다. 가장 많이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416 이후 교육은 자신만 성장하기 위한 지식 중심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찰하고 토론해서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 전반에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가 슬프고 힘든 일이지만 좋은 출발이 되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기획과 토론 등이 많이 이뤄져야하고 기성세대가 책임을 갖고 진실을 찾았으면 좋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과 416가족협의회가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 과서’ 발간 및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헌정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