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한데 이어, 지난 11일, 컴퓨터 소프트웨어 '포난자'가 일본 장기의 고수 야마자키 다카유키와의 첫 대국에서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간지능계의 최고 수준인 프로 기사들이 인공지능에 밀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도 사라지고, 또 인공지능이 나쁜 의도를 갖는다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일 것이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나는 것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공지능을 통해 비즈니스 상 어떤 기회가 생기고, 어떤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까?
MIT의 브린욜프슨 교수는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라는 책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기의 발달이 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지능형 기기의 발전이 일자리 문제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돈을 벌고 투자를 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났으나 이제는 기업 실적이 좋아져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 기업이 정보기술 투자는 늘리지만 신규 고용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은행 자동화기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하고, 공항에서 스마트폰이나 무인발권기에서 항공권 출력과 좌석 배정을 한다. 은행과 항공사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사람은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한 셈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노동과 자본을 주요한 생산요소로 정의하고 현재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을 자본의 집중으로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경제구조를 바꾸고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점에서 정보기술의 발전이 자본심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본가들이 정보기술 진보에 대해 잘 알고 정보기술 활용을 통해 부를 확대하기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의 정보기술을 전세계에 알린 구글은 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기술의 발전과 부의 불평등 문제의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처럼 일자리를 뺏는 기계를 부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역사에서 배울 수 있듯이 우리는 정보기술 기기와의 공존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까?
어떻게 더 빨리, 더 많이 만들까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기계는 쉽게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기계를 이용하여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기술력, 새로운 제품,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브린욜프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은 줄어들거나 정체 상태에 있으나, 동시에 정보기술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등장으로 전화번호부를 인쇄하고 배포하는 일자리를 사라지고 인터넷 광고 직업이 생겨났다. 보다 최근에 자가용 공유 서비스 '우버'는 기존 택시 기사들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지만,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우버 운전자는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언제 일하고 어디서 일할지 자기가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정보기술이 기존의 일자리를 위협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례를 같이 보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류가 지향할 방향은 결국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쪽이 될 것이다.
기술력의 우열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임금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에 저임금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의지하는 나라는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력을 다루는 방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해야 한다. 정보기술 분야의 고숙련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창의성을 길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정보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의 융합인재가 필요하다. 또 리더십, 협상법, 공감 능력 등 팀워크를 배양해야 한다. 동시에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정보기술에 대한 교육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기술의 중립성을 고려해 보자면, 정보기술 발전의 방향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린 문제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나 비관론보다는 이 정보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