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정책 따라 제약사 순위 요동

입력 : 2016-04-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의약품 정책 변화에 따라 제약사의 순위도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변화에 잘 대응한 업체가 단숨에 상위사로 뛰어올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15년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녹십자(006280)가 연결기준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제약사 순위 1~3위에 올랐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동아제약, 유한양행(000100), 동화약품(000020)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1990년 이후 의약분업과 일괄 약가인하 등 의약품 정책이 두번의 큰 변혁을 맞이하면서 제약사 순위도 변화했다. 의약분업의 경우 내수 전문의약품 시대를 열었다면, 일괄 약가인하의 경우 신약개발과 해외진출 성과가 순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은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의료역할을 분업하는 정책이다.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전문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한 반면 일반의약품 시장은 침체됐다.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균형 있는 매출 구조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반면 동화약품은 대표 일반의약품에만 매달리며 정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15위권까지 밀려났다. 
 
전문의약품 특수로 한미약품과 녹십자가 급성장하면서 2000년대에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개발과 공격적인 병의원 영업으로 전문의약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경쟁사들이 전문의약품 복제약 위주인 반면 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 특화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2010년까지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069620), 녹십자가 엎지락뒤치락 큰 변동 없이 상위권을 달렸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되면서 또다시 제약업계에 판도변화가 일어났다. 일괄 약가인하는 복제약의 보험약가를 절반(53.55%) 수준으로 인하하는 정책이다. 복제약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제약사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2000년 연평균 9%대에 이르던 의약품 시장 성장률이 0.03%대로 떨어졌다. 
 
복제약이 더 이상 돈이 되지 않자 제약사들은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에 매달렸다. 저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15년에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가 1~3위에 올랐다. 3개사는 모두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려면서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동아제약(현 동아에스티), 대웅제약과 격차를 벌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수와 전문약 강자가 상위권에 포진했다"며 "현재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전문약 의존도를 낮추고 신약과 해외진출에 성과를 내는 업체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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