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수수료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1년 부정 여론을 맞고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깎은지 4년여 만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수수료 책정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수수료 인상의 기회를 맞았지만 소비자들의 거부감과 담합 논란 등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오는 25일부터 외화 송금 수수료 일부 구간을 인상하고, KEB하나은행도 다음달 13일부터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일부 인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외화 송금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기존 5000달러 이상에 수수료 2만원을 책정하던 것을 5000~2만달러는 2만원, 2만달러 초과시 2만5000원으로 5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자동화기기로 타행 이체를 하는 경우 영업시간에는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인상하고, 영업시간 외에는 900원에서 1000원으로 100원 올린다. 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경우 계좌이체시 기존보다 100~200원 오른 1000원으로 수수료를 인상한다.
이들 은행 관계자는 "원가 대비 너무 낮은 수수료를 정상화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2011년 감독당국의 압박으로 일제히 수수료를 인하한 이후 4년여간 수수료 체계를 거의 손대지 못했다.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고 비이자수익 비중이 전체 순이익의 10%에 불과한 상태에선 수수료 인상이 절박해진 가운데 과거와 달리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수수료 정책 자율화를 강조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부정여론과 담합 논란 가능성은 여전히 부담이다. 수수료 인상을 일괄적으로 추진하거나 회사별 차이가 없다면 담합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은 아직 눈치를 보는 중이다. 국민은행,
우리은행(000030),
기업은행(024110) 등도 수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인상 폭의 차이가 없다는 기존의 지적에 따라 일괄적인 수수료 인상보다는 '조건부 인상'을 선택하고 있다. 현재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수수료를 서비스에 따라 다르게 부과해 수수료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말 씨티은행도 대면 거래가 줄어드는 추세를 반영해 그간 무료로 발급해온 국제현금카드 수수료를 새로 도입했고, 영업점에서 타행 송금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부과했다.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도 거래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별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은행의 상황이 반영된 수수료 개편을 개별적으로 진행중"이라며 "고객의 반발을 최소화 하되 인상폭과 시기에 대한 담합 논란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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