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지난해 3월 결혼과 함께 경기 구리시에 있는 전용면적 75㎡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지영훈(37·남)씨는 전세만기가 아직 1년여 남았지만 벌써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셋값 부담에 재계약도 힘들어 인근 남양주나 의정부로 이사할 계획이다. 계약 당시 2억원이었던 이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전세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만기가 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고, 전세물건이 갈수록 귀해질 것을 염려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기존 전셋집의 후속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6566만원으로, 1년 전(2억2619만원)보다 3947만원, 17.5%가 올랐다. 전세 재계약 주기인 2년 전(2억1472만원)과 비교하면 5094만원, 23.7%나 급등했다.
실제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3단지푸르지오 전용 59.77㎡의 경우 2년 전 2억4000만원 수준에서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해 3억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3억30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2년 새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경기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구리시 토평동 한일 전용 60㎡의 최근 전세가격은 3억원으로 지난해 2억7000만원, 2년 전 2억3000만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한 아파트단지 모습. 전세가격 급등으로 전세만기가 한참 남았지만 전셋집을 알아보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금리에 따른 전세물건 감소도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큰 요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1만5563건 중 월세거래는 5927건으로 전체의 38.1%를 차지한다. 2년 전 월세비중이 25.7%(1만6551건 중 4259건)였던 것과 비교해 12.4%p나 늘었다.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만기를 채우지 않고 빠르게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주하는 세입자들도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거주하던 고현주(29·여)씨는 전세만기 3개월을 앞두고 최근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고 씨는 "올해 초부터 인근 전세매물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온 아파트가 있어 이사를 했다"며 "전세만기와 시점을 맞추면 이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집이 없을 것 같아 빠르게 옮겼다"고 말했다.
집주인 역시 세입자를 바로 구할 수 있어 중간에 세입자가 나가도 큰 마찰은 없다.
성북구 길음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전세)물건이 없다보니 계약을 한참 남기고 전셋집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또, 가격이 맞을 경우 살고 있던 집의 계약기간이 남아도 이사를 하기도 한다"며 "집주인은 더 빠르게 높은 가격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수 있어 오히려 반긴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