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강화되는 RBC 변경안에 '당혹'

각 계약 담보별 세분화해야…"수백만 계약 분리 계산 불가능"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도 못하는 상황"

입력 : 2016-04-20 오후 3:30:01
[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 자산과 부채를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지급여력제도(RBC) 변경안을 발표하면서 보험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만 보자면 당장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새롭게 바뀌는 지급여력제도 도입계획을 밝히고 가용자본 변경안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변경안의 주요 내용은 유럽 솔벤시2(SolvencyII)를 벤치마크해 보험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2020년 시행한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2020년에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 자산 및 부채를 시가평가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감독제도의 기준인 RBC의 산출방식도 변경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위해 하나의 계약을 담보 별로 분리해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방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각 계약을 담보 별로 세분화해 실적 및 미래현금흐름을 산출·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기술적으로 담보별 분리할 수 없는 경우 생명보험상품은 사망, 건강, 연금(저축), 기타로 분류하고 손보상품인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상해, 질병, 재물, 연금(저축), 기타의 ‘대표위험’으로 통합해 산출하도록 했다.
 
문제는 생·손보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보험 상품은 하나의 주계약에 20~30개에 달하는 특약이 붙은 구조라 모든 계약을 하나하나 분리해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수백만개에 달하는 계약을 따로 분리해 계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같은 변경안에 대응하면서 인력부족 현상에 빠졌다. 국내에서 IFRS4 2단계 컨설팅이 가능한 곳은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한영, 안진)과 밀리만코리아, RNA 등 일부 계리법인 뿐인데 보험사 여러 곳이 동시에 컨설팅사 섭외에 나섰기 때문이다. IFRS4 2단계 도입으로 회사별로 수백억원에서 수조원까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도 못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보험상품 특성상 특약이 수십개에서 많게는 백개도 넘는다. 담보 별로 분리해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게다가 보험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하면서 인력부족으로 시작도 못 한 회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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