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결국 역대 최장기간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금까지 공정위의 M&A 심사가 가장 길었던 것은 지난 2010년 CJ오쇼핑이 온미디어를 인수할 때로 132일 만에 결과가 나왔다.
두 기업이 M&A를 결의한 것은 지난해 11월 2일이다. 한달 뒤인 12월 1일 SK텔레콤은 공정위에 CJ헬로비전의 인수 승인을 요청했고, 이후 공정위는 심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 기간은 이미 140여일을 훌쩍 넘어섰다.
매주 월요일 마다 '이번 주엔 발표가 되겠지' 하고 시작했다가 결국 아무런 발표 없이 주말을 맞이한 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당초 3월말이면 심사보고서에 대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감안하면 한달 내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발송 여부 체크가 기자들의 일상이 됐다.
공정위의 심사결과 발표 시기는 늦어지고 시장에서 관심이 높다보니 수많은 '썰'과 오보가 양산되고 있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는 모두 작성해두고 발표 시기만을 보고 있다는 예기도 들려오고, 이미 총선이 끝났으니 다음달 30일 출발하는 20대 국회를 구성한 뒤에 발표할 거라는 소리도 나온다.
'썰'은 한자어 설(說)을 강하게 발음하는 것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이야기'를 뜻한다. 그리고 이 썰은 약간은 과장된, 혹은 '이야깃거리'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썰의 출처도 다양하다. 합병 당사자인 SK텔레콤일 때도 있고, 시장지배력을 우려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가 되기도 한다. 관련 기업들이 기자들에게 심사결과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리는 등 '언론플레이'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기자들이 줄줄이 오보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공정위의 책임도 크다. 공정위가 M&A 심사와 인가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이지만 속시원하게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심사과정을 공개하거나 상세한 내용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심사보고서 발송과 관련된 정확한 시기라도 말해주는 것이 더 이상의 수 많은 썰이 나오는 것을 중단시키고 시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는 이번 M&A 인허가의 첫번째 관문이다.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와야 미래창조과학부가 심사해야 하는 방송·통신 인허가 건도 진척이 가능하다. 신중하고 확실한 심사는 필요하지만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해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