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개척 나선 중소기업…정부지원 효율성은 의문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안보여…내용 유사한 사업들 살포식 남발

입력 : 2016-04-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정부 정책지원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수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기업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면서 해외시장 개척은 기업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는 분위기다.
 
국내 1위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코스닥 상장사인 다산네트웍스는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존테크놀로지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지난 21일 여의도 아일렉스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미시장을 본격 공략해 3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남 회장은 “국내시장은 한계가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은 거두기 어렵다”며 한계를 토로한 뒤 “주위 다른 기업들도 우리와 비슷한 방식의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도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초점은 모아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13년 6월 중국 방문 시 64.7% 수준이었던 중소·중견기업 비율은 올해 4월 멕시코 방문 때는 88%로 늘어났다. 올해 정부 예산도 중소기업 정책자금(3조5000억원), 무역금융(2조원), 해외진출형 연구개발(R&D) 과제(6570억원) 등에 확대 투입됐다.
 
그외에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는 ‘신규 수출기업화 지원 사업’ 등 10여개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 등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나 경기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독자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별로 비슷한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남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흩어져 있는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통합·재편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15년 중소기업 수출성장 및 후퇴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300개 중소기업 기업 중 41.0%가 정부의 지원방식에 대해 ‘다수를 대상으로 한 단순 뿌리기 방식(살포식)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지원방식에 가깝다’고 응답한 기업도 32.7%로 확인됐다.
 
지원정책의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단기성과에 치중한 정책이 많다’(28.3%), ‘근본적인 체질개선 효과가 미흡하다’(27.7%), ‘장기전략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책을 만들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다’(25.0%)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이것저것 지원정책은 많지만 어떤 정책에 내가 해당하는지 알기 어렵고 막상 신청하면 절차가 복잡하다”며 “지원을 받아도 나중에 행정적으로 귀찮은 일들이 생길 경우가 있어 혜택이 크지 않다면 신청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임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소기업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경제민주화를 사실상 폐기하면서 대기업 위주로 정책 방향도 바뀌었다”며 “두서없이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 정부정책이 단순 수출확대보다 중소기업 글로벌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정책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41.0%가 ‘R&D지원’을 최우선시 해야할 정책으로 꼽았고, ‘금융지원’이 40.3%로 뒤를 이었다. 반면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촉진(23.7%), 수출 전문인력 양성·컨설팅 등 인력지원(22.7%), 전문무역상사 등 판로 구축 확대(18.3%)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다.
 
관련해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지난 2월 보고서를 내고 “R&D 활동을 수행하는 중소기업 수가 급증하는데 반해, R&D 규모는 갈수록 영세해지고 있다”며 “이공계 신규 석·박사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과 기존 연구인력의 인적자원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2만659개였던 중소기업 연구소는 연평균 2600개씩 증가해 2015년 12월말 기준 3만3647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연구소당 평균 연구원 수는 같은 기간 6.8명에서 5.2명으로 줄어들었다. 20∼30대 연구원 비중은 73.7%에서 62.1%로 감소했고, 석·박사 대신 학사이하 연구원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홍운선 연구위원도 “정부의 중소기업 R&D예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시스템 정비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기획 적절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며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10일 인천 남동공단 소재 수출기업인 세일전자(주)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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