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야당 최초로 경기 성남분당갑에 깃발을 꽂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당선자는 선거운동을 하며 ‘정보기술(IT) 산업 육성을 위한 과학기술 중심의 인재 양성’을 강조해왔다. 넥슨과 NHN 등을 거쳐 인터넷게임 개발·서비스업체 '웹젠'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그는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벤처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종사하고 있는 기업 대 소비자(B2C)영역 뿐만 아니라 기업 대 기업(B2B)·임베디드 소프트웨어(자동차, 항공, 로봇, 조선 등 분야의 제품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종사 기업들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화된 경기불황 속에 정치권에서도 조선 등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김 당선자는 “제조업 벤처 활성화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0일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해서 본질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으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나.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에 속한 일부 기업의 구조조정은 지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도 관련 내용을 담고 있지 않나. 다만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에 계속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업 벤처기업이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벤처캐피탈들은 성과가 빨리 나오고 조금 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쪽 투자를 많이 한다.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투자 후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벤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조업 벤처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정부의 모태펀드 등을 통해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창업 정책은 어떻게 접근할 예정인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어쩌면 과잉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문제는 상당수 소프트웨어 벤처가 B2C 영역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B2B나 임베디드 쪽은 규모가 작고 구조도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는 식이다 보니 제대로 된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영역의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 국회의원이 되어 가장 먼저 발의할 법안은.
올해 대기업 채용이 작년보다 더 감소했다고 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최악 수준이고,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창업날개법’을 가장 먼저 준비할 생각이다. 아이디어와 재능, 기술과 실력을 갖춘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도록 금융, 회계, 세제, 행정 등을 지원해 주자는 취지다. 열정과 실력은 있지만 여러 규제와 자본력 부족으로 창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 창업지원제도가 이미 많다는 평가도 있는데.
지난해 공포된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벤처정책들은 완전 초기기업, 소규모 영세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규모 벤처회사가 투자를 받거나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받고 소액의 자금을 빌려 창업하기에는 쉬운 구조다. 문제는 조금만 규모가 커져도 투자를 받을 때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큰 회사들에도 투자가 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또 창업을 했다가 실패할 경우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이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앞서 말한 창업날개법에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폐지’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신용보증기금법상 연대보증 면제 범위를 5년 이하 창업기업에서 전면 폐지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 대표가 신보나 기보의 보증을 통한 것 외에 금융권 대출을 받을 때 연대보증을 요구받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 대표도 개인회생을 신청하거나 파산에 이른다. 파산한 뒤에는 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기업을 하면 사실 90% 이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들 실패한 기업가들이 다시 창업을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 지역구에 속한 판교테크노밸리 발전 방안은 무엇인가.
벤처창업의 상징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현지인들은 경외심을 느낀다. 판교테크노밸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근무하는 것 자체가 존경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벤처회사들만 들어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는 벤처캐피탈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있는 등 제약이 있다. 교육기관들이 들어와서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판교테크노밸리에는 공장을 건설할 수 없어 제조업 기반 IT 벤처가 성장할 수 없다. IT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제조업과 소프트웨어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생산기업, 연구개발, 벤처캐피탈, 컨설팅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 ‘게임업계 국회의원 1호’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게임업계가 양지로 나와 정면돌파 해야한다”는 말도 한 적이 있다. 게임업계 발전 방안은.
우선 ‘게임은 도박이다, 위험하다, 사행성 오락이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한다. 게임은 적절히 즐기면 건전한 여가생활이 될 수 있다. 경제를 살리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게임산업을 진흥하기보다는 규제하는 쪽에 비중을 뒀지만 정부 조사자료를 봐도 게임산업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콘텐츠 산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래의 먹거리다. 청년고용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게임산업을 차세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지정해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보다는 지원을 확대해 나가도록 힘을 쏟겠다.
- 선거사무소 앞에 '대한민국 성공신화'라는 문구를 걸어놨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이 좌절하고 포기하고 한국을 떠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것은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기성세대의 잘못이며 무책임한 정치 때문이라고 본다. 청년들에게 응답하는 정치를 하겠다. 무책임한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꾸겠다. 이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가 더 빨리 바뀔 것이다. 청년들과 함께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들어가겠다.
◇김병관 당선자 약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웹젠 이사회 의장
NHN게임스 대표이사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 공동 창업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김병관 당선자가 지난 21일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병관 당선자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