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종영 D-6' 벤처기업가 김병관의 험지 도전기 결말은

성남분당갑 더민주 김병관 후보 하루 일정 따라가 보니

입력 : 2016-04-07 오후 4:53:24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공개적으로 이렇게 하는 거 원래는 싫어하는데…칭찬받기보다는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네요.” 20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주빌리은행’과의 기부약정식 후 기자에게 너스레를 떨듯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악성부채로 고통받는 서민·중산층이 부채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주빌리은행에 26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을 약정했다. 주빌리은행은 김 후보의 기부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소각하는 방법으로 9000여명의 채무자가 새롭게 출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주빌리은행이 소각한 악성 부실채권 1500억원을 매입하는데 들어간 금액이 1억원임을 감안할 때 김 후보의 기부금액은 2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선거 끝나고 하려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하고는 다시 지역구 유세를 위해 분당행 승합차에 올랐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경부터 두 시간 가까이 지하철 판교역에서 유세를 이미 한 차례 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김 후보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거나 사진까지 찍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눠주는 명함을 외면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김 후보는 “출근시간에는 다들 바쁘다보니 그런 것”이라며 “퇴근시간에는 반응이 또 다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인재 2호였던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10일 “우리 당이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분당에서 저의 모든 것을 걸겠다”며 성남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 말대로 줄곧 여당이 승리해온 ‘야당의 사지’인 까닭에 지금까지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리서치가 한겨레신문 의뢰로 조사해 6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김 후보의 지지율은 32.3%로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39.7%)에 비해 7.4%포인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염오봉 후보 지지율은 9.6%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날 분당차병원 인근 타워빌아파트에서 만난 유권자 권모(55)씨는 “예전부터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지지했고 이번에도 1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권 후보 지지율은 지난 달부터 계속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자체 분석 결과로는 경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말까지 20%대에 그쳤던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세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후보와 권 후보 사무실이 마주보고 있는 야탑역 앞 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안모(23)씨는 “평소 SNS를 즐겨하는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달 페이스북에 ‘대학생들이 선거일에 투표 안하고 놀러간다’고 쓴 글을 보고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다가 점차 양심이 찔렸다”며 “김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인 이종훈 의원 대신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이탈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김 후보는 “저희 캠프에 6명의 선대본부장이 있는데 그중 2명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온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권 후보가 경제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토론을 해보니 경제 현안은 물론 지역문제를 파악했는지도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토론회에서 권 후보가 아직 존재하고 있는 연대보증 제도에 대해 '이미 폐지됐다'고 말한 점이나 전철이 건설되고 있는 이매~판교역 구간에 1.6km 길이의 무빙워크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이재명 시장의 공약이었다고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학교(서울대 경영학과) 16년 선배이기도 해서 뵐 때마다 깍듯하게 대했는데 이틀 전 TV 토론이 끝난 다음 날 아침 거리에서 만났을 때 분위기가 안좋았다”고 귀띔했다.

 

국민의당 염 후보와의 단일화가 무산된 점은 그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김 후보는 “여러 루트를 통해 단일화 제안을 했지만 이달 초에 '다 끝난 이야기’라는 답을 들었다”며 “만난 다음에 거절당했다면 모르겠지만 만남 자체를 거부당한 점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염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권 후보를 뛰어넘는 점을 고려할 때 선거에서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날 김 후보의 점심 지지유세가 이뤄진 탄천 산책로에서 만난 이모(61)씨는 “예전에는 계속 1번을 찍었는데 이종훈 의원이 탈락하는 과정이 어땠는지도 모르겠고 2번도 싫다”며 “3번을 찍어서 새로운 인물로 바꿔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당에서도 ‘후보간 단일화는 어려우니 투표로 단일화 해달라’는 말을 쓰던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될 수 있는 후보를 밀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민주 김병관 후보(오른쪽)가 7일 판교역 아침유세 중 만난 지지자에게 사진촬영 요청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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