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싱가포르 현장에서 체감한 국내 영화시장의 위상

입력 : 2016-04-24 오후 2:13:59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곧 국내에서 개봉한다. 미국보다도 1주일 빠른 오는 27일, 전 세계에서 첫 번째다. '어벤져스'21000만 관객을 넘었고,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한국 관객들이 마블 히어로물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을 감지한 행보다.

 

그리고 지난 22'시빌 워'의 주역인 조 루소 감독과 크리스 에반스, 세바스찬 스탬, 안소니 마키가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언론과 만남의 장이 열렸다. 큰 규모로 이뤄진 이번 행사에서 국내 기자들은 할리우드가 한국 영화 시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 루소 감독, 세바스찬 스탐, 크리스 에반스, 안소니 마키

 

 

11개국 참석, 기자회견은 오롯이 한국 기자만

 

이번 '시빌 워' 관련 행사에는 아시아 11개국이 참석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홍콩, 대만, 뉴질랜드, 호주, 인도, 한국이다.

 

각 나라의 언론인들이 '시빌 워'를 취재하기 위해 동참했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나라는 한국 기자들뿐이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샌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22일 오전 10(현지시간)에 진행됐다.

 

기자회견 뿐 아니라 한국 기자들은 다른 나라의 기자들과 섞이지 않게, 대기실도 따로 배정받았다. 곳곳에서 한국 기자들만을 위한 우대가 느껴졌다.

 

10개국 취재진보다 더 많았던 한국 기자들

 

정확한 숫자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0개국에서 싱가포르로 넘어온 기자들의 수보다 한국 기자들의 수가 더 많았다. 이번에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간 매체는 총 75개 매체였다. 월트 디즈니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온 10개국의 기자들의 수가 75명보다도 적었다.

 

자신이 속한 매체를 배제할 경우 심한 반발을 일으키는 국내 언론 문화의 영향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트 디즈니가 24일 간 75개 매체 기자들의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 어마어마한 예산을 책정한 부분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위 러브 코리아"를 외쳤던 배우들

 

국내 네티즌들이 가장 눈살을 찌푸리는 기자들의 행태는 "두 유 노(DO You Know) OO"이다. 그간 기자나 리포터들은 해외 배우를 만날 때 OO에 싸이, 박지성과 같은 유명인사는 비빔밥, 김치와 같은 고유의 음식을 삽입하면서 한국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강요해왔다. 국내 네티즌들은 취재진의 이러한 행태를 오히려 더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석한 취재진 중 어느 하나도 한국의 위상을 강요하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의외였던 점은 그러한 질문이 없었음에도 감독과 배우들은 "위 러브 코리아"를 외쳤다는 것이다.

 

먼저 조 루소 감독은 "내가 관여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시장 별로 개봉날짜가 선정된다. 모든 개봉의 시작은 한국이다. 한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멀리 싱가폴까지 날아와 우리를 만나러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도 출연한 바 있는 크리스 에반스는 "한국 영화산업은 특별하다. 나도 참여해봐서 안다. 세계 영화산업을 선도한다. 그런 한국에서 '시빌워'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누가 먼저 한국에 대해 묻지도 않았는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가장 큰 애정을 보인 배우는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다. 그는 크리스 에반스가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해 애정을 드러내자 곧바로 "위 러브 코리아"라고 외쳤다. 아울러 그는 다른 배우들이 마무리 인사말을 하는 중에 스마트폰을 검색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비록 '굿 바이'를 외치고자 했으나,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틀린 말을 했지만 그의 정성은 국내 기자들의 미소를 번지게 했다.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서로 앞다퉈가며 한국에 애정을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달라진 한국 영화 시장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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