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핀테크 오픈 플랫폼 도입 전 수수료 책정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플랫폼 구축과 유지·관리,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높은 수수료를 매겨야 하나, 중소 핀테크 업체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그럴수도 없는 형편이다. 적은 돈으로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16개 은행들은 오는 7월 핀테크 오픈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서비스 표준단가'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현재 금융위와 은행들은 현재까지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접근성을 높이려면 수수료 부담이 적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 수익이 절실한 상황이라 투자 대비 효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용만 들이고 얻는 게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금융권 전반에 깔려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초까지 은행권 내에서 핀테크 오픈 플랫폼에 별다른 관심이 없거나 있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섣불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지 않겠다는 여론이 팽배했던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시스템 구축에만 수십억원이 들어가고, 꾸준히 관리 비용이 발생하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사업이 되버리기 십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월31일 핀테크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 장관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시도한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은 뒤쳐진 핀테크 시장에서 혁신적인 방법으로 쫓
아가기 위한 시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금융위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생각하는 가격이 다르고 은행권과 핀테크 기업 간의 생각도 달라서 표준단가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하나의 안이 나와있는 것이지, 아직 의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논의 과정에서 가격이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 핀테크 기업에는 한 번의 계약만으로 모든 은행의 전산망과 연결되는 굉장히 파워풀한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주어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은행은 그걸 유지·보완하고 관리 인력도 쓰려면 굉장히 많은 돈이 든다"고 털어놨다.
사실 대상 기업이 대기업이라면 해당 서비스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부과해도 별 문제가 없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컴퓨터 시스템을 연결해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하는 펌뱅킹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가령, 모 대형 통신사가 고객들로부터 받는 요금을 펌뱅킹을 통해 수금한다고 할 때 건당 수수료가 500원이 들어도 별 부담이 없다. 스마트폰 통신요금이 5만~10만원 정도라 그정도 수수료는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핀테크 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이 신생 업체인데다 자금력도 열악해 몇백원의 수수료도 감당하기 버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업권 상황에 맞는 수수료 혜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위가 양측 입장을 중재하면서 적정 가격 논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격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오는 7월부터 금융권 공동의 오픈 API를 제공한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핀테크 플랫폼 수수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은행 간 이견이 있었는데, 영세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는 수수료를 좀 저렴하게 해줘서 문턱을 낮추자는 큰 틀의 협의는 했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