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감정을 여과없이 노출시키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연장을 뜻하는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한 갑론을박은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더민주 손혜원 당선자(서울 마포을)는 2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섭섭함이 있어도 안에서 풀어야지 자꾸 밖으로 정제되지 않은 내부 목소리가 언론에 오르내리면 우리만 손해”라며 김 대표의 자중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자신과의 저녁식사 후 내놓은 발언들에 대해 “전부 다 헛소리”라거나 “(문 전 대표가) 말을 바꾼다”는 등의 말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용익 의원도 전날 트위터에 “(김 대표는) 자기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대놓고 말을 안 한다. 그러면서 자기 마음을 맞춰주지 않으면 마구 화를 낸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무리한 표현에 대해서는 이른바 '친문'이 아니더라도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주류인 이상민 의원은 전날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김 대표를 비판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김 대표를 엄호하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의 거친 발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비대위가 정작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연일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팩트가 확인되는데 (더민주는) 이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을 못하는지, 안하는지”라며 “경제도 살려야 하지만 민주주의도 지켜야하지 않을까”라는 말로 지도부의 현안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7월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방안이 27일 비대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김종인 대표를 정식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논의의 주제가 전당대회 연기로 옮겨간 것이다. 이개호 비대위원은 “(전당대회 연기 관련 안건이) 안내 문자에 들어있었다”며 “내일 논의를 하겠지만 결론이 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 의견은 갈린다. 이 비대위원은 “계파싸움을 하기보다는 화합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며 “연기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을 포함해 비대위 내부에서는 연기 쪽으로 기우는 듯한 발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홍영표 의원은 “(연기는) 불가하다고 본다. 전당대회를 조속히 열어 당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분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내 중진인 이석현·정세균 의원과 중도파로 분리되는 송영길 당선자,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등도 전당대회 연기에 비판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가 연기 쪽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당선자총회 등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5일 김 대표와의 문제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신 최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에콰도르 대사관을 찾아 위로하고 트위터에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당내 현안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이 끝난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당 내분이 일어날 경우 문 전 대표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태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6일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김 대표의 팬클럽 '트잉여 손녀팬' 회원들이 선물한 케이크 앞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