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직장인 김경영(42)씨는 여윳돈이 생기면 상장지수펀드(ETF)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은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가에게 자문하지 않고 최대한 수수료를 절약해보려는 생각에서다. 그는 또 20~30대 때와는 달리 고위험 상품을 노리기 보다는 변동성은 크지 않지만, 분산투자하기에 쉬운 상품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경영씨처럼 전문가의 도움없이 자기주도적으로 투자하려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 시장에서도 이른바 DIY(Do It Yourself) 바람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ETF, 개인대개인(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시장 등을 중심으로 자기주도적 투자자를 타깃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태지역, DIY 투자 관심 높아
자기주도적 투자 시장 역시 연령이나 기술력 등에서 특징이 있다. 김동한 연구원은 “연령, 1세대 기업가, 가격 민감도, 디지털기술 발전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자기주도적 투자 시장이 뚜렷한 특징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액자산가의 평균 연령이 낮을수록 투자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주도적 투자 경향이 강하고, 2~3세대 기업가에 비해서 1세대 기업가들이 상대적으로 이같은 투자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태지역에서는 DIY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선진시장 고액자산가들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대체 투자처를 찾는 반면에 신흥시장 고액자산가들은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순 투자처를 선호해 자기주도적 투자를 한다는 평가다.
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Verdict Financial)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액자산가의 권열별 자기주도적 투자 성향은 글로벌 평균 19%였다. 이중 중·동부유럽이 3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아태지역과 중동이 21%로 뒤를 이어 서유럽(16%)이나 북미(12%) 지역 비율보다 높았다.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ETF·P2P 시장도 확대
이처럼 자기주도적 투자를 선호하는 고액자산가들은 금융상품 중에서도 특히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 활용에 적극적일 수있다. 김동한 연구원은 “2014년 이후 로보어드바이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기주도적 투자를 선호하는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금융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출시에 탄력을 받고 있어 자기주도적 투자자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달들어 새롭게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만 해도 신한은행의 ‘S로보플러스’, IBK기업은행의 ‘일임형ISA’, 하나금융투자의 ‘하나 밸류시스템 자문형 로보랩’ 등 다양하다.
신한은행 ‘S로보플러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펀드 추천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매일 31억6000만건에 달하는 수익과 리스크를 연산,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펀드상품과 배분비율까지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S로보 플러스는 기존 포트폴리오이론이나 계량분석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 인공지능 알고리즘(AI)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의 로보 자산관리 서비스”라며 “시범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을 확대하겠다”라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 ‘하나 밸류시스템 자문형 로보랩’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20종목 내외의 개별주와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또 시장상황에 따라 포트의 비중을 조절한다. 정윤식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매매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랩어카운트를 출시했다”며 “밸류시스템 투자자문의 우수한 트랙레코드(과거성과)를 바탕으로 기존 투자일임상품 대비 낮은 가입금액과 합리적인 운용보수를 부과하여 고객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특히 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ETF 시장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랩 어카운트 같은 종합자산관리서비스가 발달하고 포트폴리오에 기본을 둔 자산배분 투자가 확대되면서 많은 비용이나 복잡한 거래 절차 없이도 자산별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ETF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자문 서비스 확대 역시 ETF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 시장에서도 이른바 DIY(Do It Yourself) 바람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 DIY 리폼박람회에서 시민들이 모토쏘를 이용해 자신만의 가구용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