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면세점을 열고, 아직 시장에 연착륙시키지도 못한 상태다. 내년부터 서울에 새 사업자를 4곳이나 늘리면 신규 면세점들은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에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 등 총 4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지난해 신규 면세점 특허를 얻은 한 면세점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29일 관세청과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말까지 서울에 4곳, 부산과 강원도에도 각각 1곳의 시내면세점을 추가 선정한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달말 또는 다음달 초에 추가 면세점 특허 입찰을 공고하고, 4개월의 공고절차와 2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올해 말 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업계는 두 부류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호텔신라(008770)와
현대산업(012630)개발의 합작사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신세계(004170),
두산(000150),
하나투어(039130)의 SM면세점 등 지난해 신규특허를 취득해 새롭게 서울 시내면세점 문을 여는 신규사업자들은 정부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 없는 처지여서 쉽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부산 센텀시티몰에 시내면세점 문을 열고 다음달 서울 명동에도 새롭게 오픈하는 등 정부의 면세점 추가 발표지역에 모두 신규면세점을 세우는 신세계는 더 난감한 처지다.
신규 면세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취지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전제하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신규면세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이번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들여야 하는 면세점 사업은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오르는 데까지 기본적으로 오픈 후 2~3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 문도 열지 않은 면세점도 있는데 벌써 새 사업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고심 끝에 나온 정책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으로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한류 바람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각국의 면세점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라며 "6월말 예정된 월드타워점 폐점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특허공고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도 "지난해 특허를 상실한 이후 다양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으나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워커힐면세점이 특허를 재획득한다면 한국관광산업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들과 함께 지난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정부 방침 발표 직후 "코엑스 단지 내에 있는
현대백화점(069960)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워 신규 입찰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현대백화점이 국내 최고의 명품백화점으로서 바잉파워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명품 브랜드 유치는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제시했다.
이밖에 이랜드와
유진기업(023410) 등도 관세청의 면세점 운영 특허 입찰 공고가 발표될 때까지 차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윤영수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기획과장, 이호근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 이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 김종호 관세청 통관지원국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관광산업 활성화 및 투자·고용 촉진을 위해 서울·부산·강원지역에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