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주요은행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조선·해운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신한·우리·KEB하나 등 대손충당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은행들은 호실적을 거둔 반면, 농협은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창명해운 등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탓에 1분기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익은 3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감소했다.
농협은행의 순익 급감은 급격히 증가한 충당금 때문이다. 이 기간 농협은행은 창명해운과 현대상선 등에 총 332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9%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1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창명해운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농협은행이 적립한 창명해운의 충당금은 1944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대출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 놓는 금액을 말한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은행은 해당 업체의 채권을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분류해 대출액 중 50% 이상을 미리 회계상 비용으로 쌓아야 한다.
농협은행이 창명해운에 대출해주거나 지급보증을 선 금액은 총 4032억원에 달한다. 이는 신한은행(723억원), 우리은행(704억원), 국민은행(585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액수다.
농협은행은 이 기간 STX와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각각 413억원, 247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도 농협은행이 타 시중은행보다 많다. 농협은행은 현재 두 업체의 익스포저가 1518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1138억원), 신한(100억원)보다 많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일반 은행에 비해 공공성이 강한 탓에 충당금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과 달리 충당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주요은행의 1분기 실적은 호조를 보였다.
신한은행(
신한지주(055550))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익은 1년 전보다 47.4% 증가한 5749억원이었다. 신한은행은 특히 창명해운의 대손충당금을 3월 말에 반영하고 구조조정 중인 조선사에 대한 부담금을 선반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 기간 387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감소한 수치다. 다만, 국민은행(
KB금융(105560))은 충당금 산출 기준인 LGD를 변경해 지난해 대비 68.7% 감소한 418억원만 충당금으로 쌓을 수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국내 환경에서 앞으로 은행들의 실적 희비는 리스크관리에 달렸다"며 "앞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조선·해운사 외에도 리스크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은행의 실적이 충당금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왼쪽부터 농협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사. 사진/각사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