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돌' 파생상품시장 황금기 다시 오나

활성화 팔 걷어…"과세체계 대폭 개선 없이는 과거 기대 어려워"

입력 : 2016-05-01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파생상품시장이 20주년을 맞아 황금기를 재연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파생상품시장 제도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해지며 기대감을 키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3일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에서 파생상품시장 개장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이와 관련 "1996년 5월 개장한 파생상품시장이 20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성년식을 맞게 됐다"며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기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생상품시장 규제 개선과 관련한 공청회도 6월에 있을 예정이다.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업계 간담회를 열어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황 회장은 금융당국에 파생상품 과세 완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이 개설된 지난 1996년 5월 열렸다. 이듬해 코스피200 옵션, 1999년 국채선물, 미국달러선물시장 등이 잇달아 개설되면서 국제적인 거래소로 성장했다. 코스피200 옵션의 폭발적인 거래증가에 힘입어 한때 세계 1위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 1970년대부터 활성화를 거듭해온 선진시장에 비해 후발주자 약점과 일반인 이해부족을 극복했던 결과다. 그러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건 지난 2012년. 2011년 옵션승수 인상과 기본예탁금 인상, 투자자 교육 의무화, 적격개인투자자제도 도입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문제는 국내 기관투자자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시장은 국내 큰손인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의 파생상품 차익거래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서 거래량이 크게 쪼그라들었다는데 주목한다. 황영기 회장도 "정부산하기관 거래가 이전의 10분의 1로 급감했다"며 이는 외국인들이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외면하고 변동성 큰 해외시장을 찾게 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 강화로 활기를 잃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진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에 금융당국도 공감하고 활성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규제방향을 어떠한 방식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시장의 모습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고 파생상품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도 대폭적인 개선도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성장한 파생상품시장이 금융투자상품의 구조화와 코스피 지수선물·옵션, 국채선물 리스크 헤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파생 왕국'으로도 불렸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재도약이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장내파생상품의 기본예탁금 인하와 상장 자율화 등 과감한 제도 개선 없이는 과거의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파생상품시장이 이달 20주년을 맞아 다시 황금기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파생상품시장 제도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해지며 기대감도 커진다. 사진/뉴스1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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