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대형사들이 몸집을 키워가면서 상대적으로 독자 먹거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사들은 나름의 특화전략으로 새 활로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 중 일부는 전문인력 영입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 마련에 나서는 가하면, 자사 나름의 특색을 갖춘 중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키움증권과 유안타증권 등 6개 증권사는 당국이 추진하는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에 선정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부에서는 대형IB에 대한 사업 영역 확장 등 업종 내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규제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본여력이 낮은 중소형사는 특화영역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존 방식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은 새 대표이사로 구조화금융 전문가인 교보증권 출신 최석종 씨 영입을 앞두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전문가의 합류도 예정돼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자사의 특색을 갖춘 중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주식투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투자상담 서비스인 '이베스트프라임'을 회사 차원에서 올해의 중점 사업으로 적극 추진 중이다. 온라인 증권거래에 오프라인 투자상담 요소를 가미했고, 오프라인 지점 수준의 투자 상담을 지원하면서 수수료(0.1%)는 오프라인 매매보다 훨씬 낮게 책정한 '이베스트프라임'을 통해 올해 두 자리수 이상의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만드는 등 회사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르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개최된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설명회. 사진/금융위원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KB투자증권(현대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변경되면 자격 상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6개사는 당국이 추진하는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에 선정되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중기특화사에 선정된 업체들은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먼저 채권담보부채권(P-CBO) 발행 주관사 선정 시 우대를 받게 된다. 기존에는 신용보증기금의 P-CBO 발행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총자산 1조원 이상, 자기자본 3000억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해서 중소형사들은 이 요건에 걸려 P-CBO 발행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인수합병(M&A) 펀드 운용사 선정 시 혜택을 받게 되며 증권금융을 통한 운영자금 조달 시 한도와 금리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기특화사에 선정된 회사들이 연간 수십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성장 단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강점인 IB부문을 강화하고 서비스 라인업을 확대해 중소벤처 기업 금융의 강자라는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진금융부문의 금융 플랫폼을 활용한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3년간 130여개의 중소벤처기업 기업공개(IPO)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한 키움증권은 창업부터 IPO, POST IPO까지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유안타증권은 6개 선정된 증권사 중 유일한 중화권 전문 증권사인만큼 범중화권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기업을 육성해 중국시장 진출방안의 통로로 되겠다는 목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단기적인 회사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을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중소와 벤처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SME금융팀을 신설했다. M&A와 사모펀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독립 본부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IBK투자증권은 주식시장의 상장부터 이후 성장단계까지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기존 중소벤처기업금융 사업 전담조직인 중소벤처기업금융센터와 AI본부로 구성돼 있는 창조금융부문을 정비·확대 개편하고 M&A, 세컨더리, 펀드운용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충원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구조조정, FAS, 사업재편 M&A 업무를 담당할 RS(Restructuring Service)본부를 신설하고 3명을 신규 충원했고, 조만간 PEF와 M&A펀드, 신기술조합 운용업무를 수행할 PE본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창조금융부문 내 중소기업특화 업무 전담인력을 기존 15명에서 2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력이 풍부한 대형사 외에도 특정부문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중소형사들이 필요하다”며 “특화전문사의 활성화는 기존의 비효율적인 일부 중소형사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상·유현석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