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안병훈(CJ그룹)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총상금 700만달러·약 80억원)에서 준우승을 챙겼다. 개인 통산 PGA 투어 최고 성적을 거두며 분위기를 달궜다. 미국 무대 우승이 머지않았다.
안병훈은 3일(한국시간) 루이지애나 주 애번데일의 주이지애나 TPC(파72·742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브라이언 스튜어드, 제이미 러브마크(이상 미국)와 동타를 이룬 안병훈은 연장 접전 끝에 미국 무대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안병훈의 막판 선전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를 올랐던 안병훈은 지난 2일 3라운드를 펼쳤으나 6번 홀까지 버디 1개를 기록한 뒤 기상 악화로 남은 라운드를 치르지 못했다. 1라운드부터 계속된 악천후에 주최 측은 결국 72홀 경기에서 54홀로 대회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12개 홀이 남은 상황에서 여전히 선두에 4타 뒤졌던 안병훈은 대회 변수에도 이날 차분히 경기를 풀었다. 11번 홀(파5)에서 첫 번째 버디를 낚은 뒤 13번 홀(파4)을 시작으로 15번 홀(파4)까지 3연속 버디를 챙기며 공동 2위로 도약했다. 이후에도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대회를 마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긴장하지 말아야 할 연장전에서 흔들렸다. 스튜어드, 러브마크와 연장전에 돌입한 안병훈은 18번 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세 번째 샷까지 볼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하더니 네 번째 샷마저 뒤땅을 치는 실수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결국, 보기를 적어낸 안병훈은 스튜어드, 러브마크가 파를 기록하며 세 명 중 가장 먼저 탈락했다.
막판에 흔들렸지만, 안병훈은 PGA 투어 20번째 출전 만에 개인 통산 미국 무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안병훈은 지난해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미국 무대 우승 경험은 없다. 지난 3월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 공동 9위(16강 진출)에 오른 걸 제외하면 지난해 8월 초청 선수로 참가한 윈덤 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18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경기 후 안병훈은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도 포인트 3.4734점으로 24위에 올랐다. 지난주 31위에서 7계단이나 순위를 끌어올린 안병훈은 한국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안병훈이 3일 열린 미국프로골프 투어 취리히 클래식 3라운드 18번 홀 경기를 치른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