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 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휴대전화로 '국산담배, 면세담배 최저가'란 문구의 홍보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 적힌 사이트를 방문했더니 시중가의 절반 가격이라는 것에 놀라 10보루를 주문하고 20여만원을 송금했지만 한달 째 깜깜 무소식이다. 해당 사이트는 보름 전부터 접속이 되질 않았다.
#. 회사원 정모씨는 지난해 담배 거래사이트를 찾아 5보루를 주문했다. 그런데 배송받은 담배의 향이 익숙치 않았다. 소위 '짝퉁 담배'가 의심돼 문의했지만 곧바로 회원 탈퇴처리 돼 홀로 울분을 삼켰다.
불법 담배 쇼핑몰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담배값 인상 이후 불법 담배 거래사이트가 우후죽순 늘어나며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담배사업법상 온라인 거래로 담배를 판매하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겨지며, 국내 배송은 엄격히 규제돼 있다. 그럼에도 일부 인터넷 담배 거래사이트는 시중가보다 50% 가량 저렴한다며 애연가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들 불법 사이트는 국산담배부터 외국담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기호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손쉽게 주문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한 담배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담배는 한 보루 당 2만5000원선이다. 국내 판매 가격인 4만5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수 있지만 대부분 사기 피해를 당하거나, 배송이 이뤄진다고 해도 저급한 품질의 '짝퉁' 담배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불법 담배 거래사이트들이 구매한 소비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익명으로 피해글을 올린 소비자는 "싼 가격에 혹해서 바로 입금했지만 배송이 30일째 지연되고 있다"며 "금액이 크지 않고 구매한 사람도 처벌받는다고 해서 신고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며, 수시로 사이트 주소와 서버를 변경하고 있어 단속의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저렴하게 구입하는 담배는 장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소비자들 스스로 불법 사이트의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막무가내식의 담배값 인상이 이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재기, 짝퉁담배, 밀수담대, 인터넷 사기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로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최비오 한국담배소지자협회 정책부장은 "현행법상 인터넷 담배 거래는 불법이지만 법적으로만 강제할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의견이 무시된 인상정책이 불러온 폐해라는 점이다"며 "흡연률을 줄이겠다며 담배 가격을 건드린 결과가 인터넷사기, 짝퉁 담배 유통 등 담배 소비자들의 2차 피해만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 담배값 인상 당시 기승을 부리던 불법 유통 담배 압수품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