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자음·모음 조합식 글자 교육 효과 없어

문장-단어-낱자 순으로 이해···숲에서 나무 찾듯 가르쳐야

입력 : 2016-05-1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글자 교육은 언제 가르치면 좋을 지를 두고 많은 부모들이 고민한다. 개별차가 크고 정확하게 연령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는 "아이가 단어를 추측할 때 글자 교육을 시작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단어를 추측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나 음료수 이름을 말하거나 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글자 수에 맞게 자신이 아는 단어를 늘려서 말하는 경우다. 또 초콜릿 우유를 보고 '깜깜한 우유'라고 하는 등 단어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낸다면 그때가 바로 적기다. 그렇다면 글자는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누구나 한번쯤 아이 앞에 학습지를 펼쳐놓고 'ㄱ'에 'ㅏ'를 합치면 '가'라는 글자가 된다고 가르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글자교육을 가르치는 건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3~4세 아이들은 수식어와 조사가 생략된 기본적인 단어로 구성된 말을 많이 한다. 질문이 많아지고 과거형 문장을 쓸 수 있으며 '나', '너', '우리'와 같은 표현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 4~5세쯤 되면 조금 복잡한 단어로 구성된 말을 할 수 있다. 명사보다 동사를 즐겨 쓰고 단어 1500~2000개를 이해하고 구사한다. 5~6세에는 한 문장 안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5~8개까지 늘어난다. 간단한 단어의 의미와 반대말도 조금씩 알아간다. 구사하는 어휘의 범위가 2000~2500개에 이른다.
 
흔히 우리는 글자를 가르칠 때 글자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글자 익히기는 글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글자 읽기를 시작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부터 알게 되고 한정된 단어만 안다는 것이다. '도깨비'라는 글자를 '도깨비'라고 읽으면서도 '도', '깨', '비'자를 따로따로 알지는 못한다. 대개 문장에서 단어로, 단어에서 낱자로, 낱자에서 다시 자음과 모음 순으로 글자를 깨우친다. 그러나 대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처음 글자를 가르칠 때 이와 반대로 교육을 시킨다. 자음과 모음을 가르치고 그 조합을 통해 낱자를 가르치는 식이다.
 
'도깨비'라는 글자를 가르치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이가 좋아하는 도깨비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고 그 후에 '도깨비' 글자를 동화책에서 찾게 하는 것이다. 점차 익숙해지면 '도'자와 '비'자를 찾아 보여주면서 각각의 글자를 가르친다. 그런 다음 'ㄷ'과 'ㅗ'가 만나서 '도'라는 하나의 글자가 됨을 알려주면 된다. 아이들은 숲에서 나무를 보는 방식으로 언어를 학습할 때 즐거워한다. 때문에 이야기에서 시작해 낱자로 내려오는 방법이 놀이를 이용한 효과적인 언어학습 방법인 것이다.
 
또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칠 때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봉지에서 그림과 상품명이 있는 부분을 각각 오려두자. 카드놀이를 할 때처럼 오려놓은 과자 봉지를 쭉 펼쳐놓고 엄마가 과자 이름을 부르면 아이가 과자 그림과 글자를 찾는다. 익숙해지면 포장지에 있는 글자를 보여주고 그에 맞는 그림을 찾게 한다. 다음에는 그림을 치우고 글자만 늘어놓은 후 엄마가 과자 이름을 말하면 아이가 그 글자를 찾는다. 이렇게 가르치면 자연스레 글자를 배울 수 있다.
 
설령 아이가 글자를 읽은 수 있어도 동화책의 내용을 모두 파악했다고 볼 순 없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동화책 한 권을 다 읽기는 했지만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못해 동화책에 흥미를 잃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문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비록 아이가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9월19일 경남 창원문화재단 성산 어울림마당에서 ‘2015 프린지페스타’ 행사가 열린 가운데 어린 아이들이 낙서를 하 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창원문화재단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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