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석유 의존 경제’ 탈출을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본격적으로 장관 교체에 시동을 거는 등 내부 개혁을 단행했다. 사우디 내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석유장관을 교체하면서 석유 정책의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는 지난달 제시한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석유부 명칭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변경하고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장관을 전격 해임하기로 했다.
이어 사우디 정부는 알나이미 장관의 후임으로 보건장관 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인 칼리드 알 팔리를 임명했다. 그 밖에도 장관 6명에 대한 부분 교체를 단행했으며 문화·엔터 부문을 총괄하는 위원회를 신설했다.
WSJ은 지난달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석유 의존 경제 탈피를 포함한 사우디의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내부 개혁을 단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알나이미 장관은 지난 1995년 이후 21년 동안 사우디의 석유 정책을 이끌어온 인물로 사실상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도자였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석유장관에서 해임된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우)과 그의 후임 칼리드 알
팔리 아람코 회장(좌)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로이터
전문가들은 우선 사우디의 석유장관 교체는 탈석유 구조개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했다. 지난달 공개된 ‘비전 2030’의 골자는 비석유 부문의 수입을 50%까지 확대해 저유가 시대에서도 사우디의 경제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WSJ은 석유부의 명칭 변화 역시 경제 구조의 초점이 석유에서 비석유 부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사우디는 경제구조 다변화를 위해 아람코를 상장해 국유 자산을 민영화하는 등 경제 자유화를 중점에 두고 문화, 관광 등 다양한 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빠르면 2020년에 석유 부문의 수입 없이도 경제가 안정화되고 사우디의 경제 구조 역시 궁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개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WSJ에 따르면 1970년대에도 5개년 계획이 발표됐지만 좌초됐다. WJS은 사우디가 이번 개혁을 통해 과거 실패한 경제구조 다변화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석유 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NN머니에 따르면 칼리드는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저유가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CNN머니는 칼리드도 알나이미와 마찬가지로 시장 점유율 유지를 중요시하고 있어 OPEC에서의 입지와 점유율을 위해 감산하지 않는 기존 석유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