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 실버 드라마 신호탄 될까?

입력 : 2016-05-10 오후 2:17:2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시니어(senior)가 영상콘텐츠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현직에서 은퇴한 시니어의 새로운 삶을 조명한 영화 '인턴'은 한국에서만 361만 관객을 동원했다. 시니어의 삶에 대한 젊은 층의 높은 관심이 깜짝 흥행의 한 요소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비롯해 SBS '백년손님 자기야', KBS2 '인간의 조건-집으로' 등 시니어를 전면으로 내세운 예능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이번에는 시니어 드라마가 등장할 예정이다. 출연진 8명 평균연령 75, 연기경력 도합 300년 이상의 배우들이 나서는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디마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tvN

'디마프'에는 제일 나이가 많은 김영옥을 시작으로 나문희, 김혜자, 신구, 주현,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등 원로급 배우들이 함께 한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버지로 출연했던 이들은 '디마프'에서 모처럼 각자 두드러진 개성의 캐릭터를 소화한다.


70이 넘었음에도 세계여행을 꿈꾸는 나문희, '국민 엄마' 타이틀을 벗고 소녀 같은 할머니로 변신한 김혜자, 그런 김혜자에게 "꼬마야"라고 부르는 중년의 로맨티스트 주현은 그간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다. 환갑이 넘어서도 사랑의 감정을 느껴 당당히 "나 오빠 좋아해"라고 말하는 윤여정도 독특함을 더하며, 과거의 서운함에 얽매여 남들 보는 앞에서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죽마고우' 고두심과 박원숙도 흥미를 유발한다. "어디 하늘같은 남편한테"라는 말을 달고 사는 신구만이 기존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 왔던 시니어의 모습이다.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그려온 노희경 작가가 이 드라마를 집필한 것은 젊은층이 갖고 있는 노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던 속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년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타겟층은 20대에서 40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 작가는 치열한 노년의 삶을 정확하게 관찰하면 그 어떤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대중의 관심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희경 작가. 사진/tvN

 

그는 최근 참석한 제작발표회에서 "대부분 나이가 있는 사람은 치열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년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다.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분들이다. 어쩌면 젊은 사람들이 치열한 것은 치열한 것도 아니다. 그 편견을 깨고 싶었다""내가 이들을 제대로 관찰하면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괜찮아 사랑이야'(2014)로 한류의 흐름에 편승했던 노 작가가 시니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드라마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tvN의 용단이 있었다. '디마프''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미생', '시그널' 등 장르와 주제, 타겟층을 불문하고 드라마 트렌드를 이끌어온 tvN에서 방영되는 점은 이 드라마가 '실버 드라마'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시청자 층도 확대되면서 중장년층의 영향력이 커졌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미니시리즈는 젊은층, 주말드라마는 노년층으로 뚜렷한 경계가 있었다""그런 중에 젊은 층을 대변하는 작품을 주로 해온 tvN에서 '디마프'를 방영한다는 것은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지상파나 종편에서도 노년층을 내세운 드라마가 더 나오게 되는 물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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