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디벨로퍼 변신을 선언했던 대형사들이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회사채 발행 등 자금줄이 막히면서 토지 매입 보다는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다.
디벨로퍼형 사업은 단순 도급 공사에 비해 수익률이 2~3배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각종 프로젝트의 기획과 제안부터 설계, 자재 조달, 시공, 마케팅, 사후 관리와 운영까지 건설사가 책임진다. 설계·자재 조달·시공을 함께하는 EPC형 사업보다도 수익성이 높아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재미를 본 대형사를 중심으로 디벨로퍼 사업 비중을 점차 늘리는 추세였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자체사업을 위한 토지매입으로 초기 투자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프로젝트 운영기간도 길다. 때문에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중간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있는 국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토지매입을 위한 자금 대부분을 금융권 대출로 충당하는 건설업계로서는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대형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 회사채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기업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토지매입을 위한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서울 등 수도권에 쓸 만한 토지가 자취를 감춘 것도 디벨로퍼형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당국의 신용위험평가가 7월까지 진행되고, 오는 8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함부로 차입금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차입금 규모가 늘어날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는 곧 신용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된 대형사들도 토지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의 경우 개별·장부가 기준 2014년 말 보유토지는 1604억85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598억3500만원으로,
대우건설(047040)은 378억9700만원에서 366억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은 2699억3000만원에서 2686억7600만원으로 역시 변동이 없었다. 국내 건설사 중 디벨로퍼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산업(012630)개발도 962억300만원으로 토지보유액이 동일했다.
반면 유사시 활용도가 높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년 사이 최대 2배 넘게 증가했다. 단독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14년 말 1910억원에서 지난해 말 4278억원으로 12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은 2297억원에서 3840억원으로 67.2%, 대림산업은 1조2360억원에서 1조8406억원으로 48.9% 증가했다. 현대건설도 2014년 말 1조312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891억원으로 5.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다 정부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새로운 걸 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버텨보자는 인식이 강하다"며 "리스크가 큰 자체사업보다는 재건축·재개발 수주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회사채 발행 등 자금줄이 막히면서 디벨로퍼 변신을 추진했던 대형사들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림산업의 첫 디벨로퍼 사업으로 완공된 포천복합화력발전소의 모습. 사진/대림산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