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건설업계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5월 임단협 시즌을 맞아 도입하려는 사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사측은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노조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상시 구조조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올해 임단협 타결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진통을 동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계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다.
대우건설(047040),
GS건설(006360) 등 대형사들은 이미 연봉제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지만 중견사 중에는 여전히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견사의 경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중인 곳이 많아 연봉제 도입에 특히 더 민감한 상황이다. 현재 쌍용건설,
한라(014790) 등 여러 중견사에서 성과제 도입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저성과자의 해고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 중견사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은 사측이 대기발령 등을 통해 근로자가 스스로 회사를 떠나도록 압박했다면 성과제 도입 이후에는 저성과를 이유로 회사를 내보낼 수 있게 돼 사실상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제가 도입되면 당장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대규모 해고 사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성과제 도입에 앞서 공정한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상 개인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성과제를 도입하기 전에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입을 추진하는 사측에서는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인해 근로의욕이 고취되고 이는 곧 업무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 중견사 관계자는 "이미 성과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형사의 경우 일방적인 구조조정 사례는 없었다"면서 "성과제 도입으로 노조에서 불안해 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중견사 관계자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있는 건설사의 경우 채권단의 요구로 성과제를 도입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