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진 여파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324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2%가량 위축됐던 지난해의 분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성장 둔화가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IDC가 내다본 2020년 반도체 매출은 3640억달러로, 2015~2020년 연평균 성장률은 1.9%로 추산했다.
IDC가 지목한 반도체 매출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수요 감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 정체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 경제 회복 둔화 등이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매출 감소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 PC 등 전자업계의 지속적 위축과 초과공급 등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3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견됐다.
이에 따른 D램과 낸드 분야의 매출 감소폭은 각각 20%,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IDC는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시장 매출 성장률은 1.7%로 제시했다. 마이클 팔마 IDC 리서치디렉터는 "태블릿과 디지털 TV 등 시장의 가격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스마트홈, 웨어러블, 셋톱박스, 게임 콘솔 등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로젠버그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업체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생산 공장 내부 모습. 사진/로이터
반면 차량용 반도체는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유망 분야로 꼽혔다.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인 차량용 반도체는 에어백, 능동안전장치,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 전반의 전자제어 시스템을 구성한다. 차량 1대당 200여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자율주행 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이에 파생되는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다.
니나 터너 IDC 리서치매니저는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한 정부 규제와 소비 수요 등이 두드러진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기화, 연결성 등 이슈들로 반도체 콘텐츠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020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매출의 성장률은 8%로, 전체 반도체 시장보다 4배가량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차량용 반도체는 상위 10개 공급업체가 매출의 64%를 차지할 만큼 집중도가 높은 분야"라며 "예견된 인수합병(M&A)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 "르네사스, 인피니온 테크놀로지,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등 선도 업체들의 순위 경쟁은 치열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