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공고 시작부터 학내 반발이 심했던 '프라임사업(PRIME·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이 선정 발표 후에도 교육현장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프라임사업을 유치한 해당 대학 학생들은 프라임사업이 학내 구성원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됐으며 이는 기초학문과 순수예술을 임의로 축소 훼손하고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사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와 대학생 단체 '모두의 대학'은 "학생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프라임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교육 주체인 학생에 대한 기만이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교육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노동개악으로 질 낮은 일자리를 확장해 취업난을 강화하면서 프라임사업을 통해 대학과 학생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교육부가 프라임사업으로 책임 전가를 하고 대학이 돈에 눈이 멀어 사업을 추진하는 사이,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을 핑계삼아 대학교육을 기업 수요에 맞춰 개편하고 있다"며 "대학은 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장 올해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을 계열별 정원을 조정하면서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김성수 정책위원은 "바뀐 대입전형에 미리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부는 3년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 프라임사업은 대학수학능력시험 6개월 앞두고 갑자기 대입정원을 감축하면서 3년 예고제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적어도 4000~5000명이 계열별 정원으로 바뀌는데 고등학생의 경우 고1, 2 때부터 입시를 준비하고 고2 들어갈 때 문이과를 결정함으로써 문과생은 입시가 더 힘들어졌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프라임사업을 통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미래 사회 수요를 반영, 정원조정 등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학생들의 전공 능력과 함께 진로 역량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흥미, 적성 보다는 취업률이나 미래 수요에 맞춰 이뤄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위원은 "미래산업의 변화를 5년 정도 내다보고 있는 것이고 그 이후는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학생들의 흥미, 교수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졸속으로 강행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대학들도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정원 감축에 급급하고 그러다보니 대학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공대 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닌데 앞으로의 취업 문제를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취업난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대학교육의 목표는 취업이 아니다. 학생의 자기적성에 맞는 학문에 대해 공부하고 나중에 사회에 기여해 본인의 자아실현에 영향을 주는 것인데 단지 대학이 취업하는 곳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도 "'수요 예측'이라는게 교육부가 정확히 조사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만약 정확히 예측을 했다고 하더라도 졸속으로 몇 대학만 지원해서 운영하는 방식조차 개선돼야 한다"면서 "재정지원 3년이 끝나고 나서 공과대 운영이 제대로 운영될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학문에 초점이 맞춰진 4년제 대학 보단 취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전문대에 프라임사업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프라임사업에서 떨어진 54개 대학 대부분은 원안을 포기하거나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사업 지원 과정에서 진행한 학과 신설이나 모집 정원 변경 사항에 대한 수정을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맞춰 오는 2022년까지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학내 반발·투쟁과 함께 취업난, 대학 공공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성신여대, 이화여대 등 21개 대학을 프라임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정원 조정 결과 인문사회계열 2500명, 자연과학계열 1150명, 예체능계열 779명이 줄고 공학계열이 4429명 늘게 됐다.
3월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성신여대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일방적 구조조정(학과 통폐합) 반대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