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일본 정부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또 연기하기로 했다. 올해 지진과 엔화 강세 등으로 일본 경제가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시금 ‘보류’ 카드를 꺼내 들게 됐다.
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정부와 자민당 내 고위 관계자들에게 소비세율 인상 연기 의사를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아베 총리가 오랜 고민 끝에 소비세율 인상을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규슈 지역에 있는 산업계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엔화 강세 역시 걸림돌이 됐다. 3월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급격한 엔화 강세로 1~2분기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진과 엔화 강세로 산업계 피해와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올릴 경우 아베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물가상승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세율 인상이 또 미뤄지면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14년 4월 소비세율은 5%에서 8%로 인상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 추가 인상이 예정됐었으나 당시 디플레이션 우려로 내년 4월로 연기했던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소비세율 인상이 또다시 미뤄지는 것은 재정적자를 키울 수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을 지연하는 것에 대해 예산감축 조치에 실패했을 당시 3대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소비세를 인상하지 않으면 세수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언제까지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2019년 4월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확한 인상 시기는 오는 26~27일 열리는 G7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