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계속되는 정제마진 악화와 아시아 역내 공급 과잉으로 시름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비용절감과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가와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설비 및 공정 효율화에 더해 한때 50달러가 넘는 크래킹 마진(고도화설비를 통해 벙커C유를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 때 남는 이익)이 10달러대에 머무는 등 석유사업 시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석유' 집중에서 벗어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먼저 SK에너지는 지난해부터 에너지절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에너지 절감 기술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4월부터는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공장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인 위_파이(WI_PI: ‘우리의 파이를 키우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비용절감 정책을 펼치고 있다.
GS칼텍스도 올해 경영 목표인 '비용경쟁력 확보'에 따라 지난 7월 기존 원유정제시설(CDU)과 윤활기유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와 교체 등을 통해 석유제품 및 윤활기유 생산능력을 일일 단위로 각각 3만배럴, 5천배럴씩 확대시킨 바 있다.
여기에 지난 2002년 구성된 에너지전담조직인 에너지기술팀에 이어 지난해 에너지효율화팀을 추가로 구성해 에너지 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스팀설비에 덮개를 설치해 연간 6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한 S-Oil 역시 공장내 에너지절감을 위해 이번달까지 총 30억원의 투자를 예정하는 등 비용절감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이 점쳐지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신재생 에너지, 자원개발 투자 등 사업을 다각화해 정유사가 아닌 종합에너지회사로 변신하기 위한 시도들도 눈에 띤다.
국내 최초, 세계 3번째로 2차전지의 대표적인 소재인 리튬이온전지분리막을 개발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SK에너지는 2차전지 관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자원개발사업과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개발 연구 등에도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최근 미국 대형 에너지업기업인 쉐브론과 장기계약을 맺고 오는 2015년부터 20년간 매년 50만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LNG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5월에는 국가산업 제4단지에 전기이중층커패시터(EDLC)용 탄소소재 생산법인인 파워카본테크놀로지 생산시설을 기공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발걸음도 이미 뗀 상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화석연료가 완전히 고갈되기까지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의 시간이 남은 것으로 보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사업다각화에 노력을 기울여 ‘석유회사’의 이미지를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바꿀 수 있느냐의 여부가 장기적인 생존과 경영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국내 정유사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정유, 화학사업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매출 비중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