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진기자] 성인 야간뇨 환자가 늘고 있다. 야간뇨는 수면장애 및 삶의 질 저하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야간뇨 관련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5만4000여명으로 2011년(3만7000명)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장년층 환자가 많았는데 40~60대 환자는 7850명으로 20대 미만 환자(5249명) 대비 24%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기 질환 중 대표적인 증상인 야간뇨는 수면에서 깨서 소변을 보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배뇨 과정은 오줌이 차 방광이 확장되면 방광에 분포돼 있는 감각신경이 이를 뇌로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뇌는 방광의 신호를 받아 각성 효과를 유발하고 신호를 받은 방광을 수축시키고 괄약근을 이완해 오줌을 밖으로 배출한다. 야간뇨는 이러한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발생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성인 야간뇨질환의 원인 중 하나는 비정상적인 호르몬 분비다. 뇌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은 낮에 배출하는 소변을 묽고 많이, 밤 소변의 양을 줄이고 농축하는 역할을 한다. 성인 1명이 하루에 만드는 소변은 1600~2400cc 정도인데 정상인은 2400cc 기준 낮 평균 2000cc, 밤 400cc 정도를 생성한다. 반면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사람은 낮 1200cc, 밤 800cc다. 밤에 소변이 더 많이 배출돼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는 것이다.
또다른 원인은 수면장애다. 만성 불면증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야간뇨 증상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깨있는 시간이 많고 뇌 기능이 저하돼 있다보니 야간뇨 질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전립선 질환도 야간뇨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립선과 전립선비대증 등의 질환은 방광을 약화시켜 다뇨 혹은 야뇨증을 부른다. 치매도 하나의 원인이다. 뇌 기능이 떨어져 뇌가 정상적인 배뇨 신호를 보내지 못해 야간뇨를 유발한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나 흡연, 음주로 인한 이뇨작용, 무호흡성 코골이, 만성질환 약물, 뇌수막염 등도 야간뇨 질환의 이유로 추정된다.
야간뇨질환으로 인한 문제는 수면 장애와 삶의 질 저하다. 매일밤 30분 혹은 1시간마다 소변을 보는 경우 자꾸 잠이 깬다. 이는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수면이 부족해 단기적으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 및 학습능력도 저하된다. 영국에서는 이미 야간뇨질환으로 인한 수면장애가 심해지면 장기적으로 비만, 당뇨병, 면역체계 약화 및 암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또 '내가 퇴행하는 건 아닌가' 혹은 '다 큰 어른이 밤에 이불을 적신다'는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울해지면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장애가 악화되기도 하고 더 큰 우울감을 부르기도 한다.
부상 문제도 있다. 민승기 국립경찰병원 비뇨기과 과장은 "야간다뇨 환자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낙상 등의 위험이 있다"며 "노인의 경우 낙상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야간뇨 증상을 부끄럽게 여기고 치료를 받지 않는 분위기로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신경 발달 미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아의 야뇨증상과 달리 뇌 기능 이상이나 질환 등으로 발생하는 성인 야간뇨 질환은 병을 키울수록 치료가 어렵고 장기화되기 쉽다.
야간뇨 질환 치료는 약물요법이 주로 시행된다. 의료진은 환자의 배뇨 추이와 회당 소변량, 방광 및 전립선 질환 등을 확인해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처방한다. 처방되는 약은 크게 세 가지로 방광의 용적을 늘려 야뇨를 개선하는 항우울제, 방광의 수축을 억제시키는 항콜린제제, 항이뇨호르몬 제제다.
의료진이 개선된 행동을 끌어내는 행동요법도 자주 쓰인다. 배뇨간격을 늘리는 방광훈련과 동기유발 요법 등은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준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한데 야뇨 증상이 있다면 수면 전 수분 섭취를 줄여 오줌의 생성을 막아야 한다. 야간다뇨 증상을 겪을 경우 잠이 깨도 변의가 크지 않으면 다시 잠을 청해 배변 간 간격을 늘리는 것이 좋다.
민승기 과장은 "야간뇨 증상을 막기 위해 성인용 기저귀를 차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요로감염 및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착용하지 않고 자는 것이 낫다"며 "노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부끄러워 하지말고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장년층 야간뇨 환자는 유소아 대비 25%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끄러움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간뇨 치료는 타 질환과의 연관성도 커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사진제공=뉴시스)
이우진 기자 kiy803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