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북미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다음달부터 앨라바마 공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싼타페’를 6년 만에 재생산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볼륨 모델인 중형 쏘나타와 준중형 세단 엘란트라(국내명 신형 아반떼)가 북미지역에서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출시된 엘란트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4월 1만2000대 판매에 그쳤고, 쏘나타 역시 1만4000대에 머물렀다.
지난달 엘란트라의 경우 구형 모델이 판매된 지난해보다 오히려 판매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사실상 신차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다급해진 현대차는 이달 북미에서 연비에 강점을 가진 ‘2017년형 엘란트라 에코’를 발표하면서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가 다음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SUV 싼타페를 6년만에 재생산한다. 사진/현대차
문제는 현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엘란트라와 쏘나타 등 볼륨 모델의 판매부진 탓에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고정비 증가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김경덕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시장의 RV 비중 증가에 따라 현대차의 대응 능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미국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 불황, 중고차 가격 하락추세 등을 감안하면 올해 현대차의 수익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기아차 조지아공장과 국내 공장에서 공급받던 SUV ‘싼타페’를 다음달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재생산해 북미에서의 판매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간 5만대 규모의 싼타페가 추가 생산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조지아 10만대, 앨라배마 5만대 등 총 연간 생산량 15만대의 싼타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앞서 2010년 10월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던 싼타페를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와 함께 혼류 생산할 수 있도록 배려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현지 베스트셀러인 쏘나타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북미시장에서 SUV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세단 판매는 정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 총 35만1713대의 SUV 차량을 판매하면서 전년 대비 17%의 판매성장을 이뤄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FCA, 포드, 닛산 등 다수의 주요 OEM들은 북미에서 공격적으로 SUV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현대차 역시 현지 수요변화에 맞춘 추가 SUV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