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제창 문제를 놓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국가보훈처가 결정할 일이라며 책임을 넘겼지만,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방치하면서 정국 경색의 책임을 지게 됐기 때문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새누리당이 전날 보훈처의 '합창 유지' 결정의 재고를 요청한 것에 대해 "보훈처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보훈처가 '청와대가 지침을 내려준 것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그 말 그대로이고, 애초 박 대통령의 말씀에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침은 없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정 대변인은 또 지난주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계기로 마련된 협력 분위기가 보훈처의 결정에 의해 차가워진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 발전과 민생 안정을 위해 여야와 청와대간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공을 보훈처로 넘기기는 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 첫 번째 문제부터 어그러지면서 분기별 대표 회동 등 다른 결정 사항까지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 건의안이 올라올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도 난감한 상황이다. '소신'대로 일을 처리한 박 처장을 청와대가 해임할 경우 보수층의 반발이 예상되고 해임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강화될 것이 뻔하다.
최정식 보훈처 홍보팀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들의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혜훈 당선자가 라디오에 출연해 "보훈처장이 대통령의 말씀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고 하는 등 보훈처 결정에 대한 비판은 여당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올해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할 예정이다. 2014년 이후 3년 연속 불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 개회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