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불통 행보가 금융개혁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화를 일절 거부하면서 적지않은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2000년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2002년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시 위원장들은 노조와의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해 중재안을 마련해 금융권이 파국으로 치다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근 전 위원장은 지난 2000년 1월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지만 취임 초부터 금융지주사법과 관련해 노사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노조는 금융지주사 제도가 도입되면 공적자금투입은행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다. 2년 전 이미 5개 부실은행의 퇴출로 대대적인 인원감축이 진행된 터라 노조의 반발은 거셌다. 반면 은행 측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파업을 추진했다. 노조는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하지 말고 전액 보장하는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한 상태였다.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이 위원장과 재정경제부장관은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했다.
하지만 파업 예정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금융노조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이때 이 위원장은 노조 농성장까지 찾아가는 등 지속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중간에 노조가 합의사항을 깨고 파업을 계속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부와 노조는 대화를 진행한 지 4일 만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2년 뒤인 2002년 이근영 당시 위원장도 대화를 통해 노사간 문제를 해결했다. 이 위원장은 주5일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노사 간 갈등을 대화로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그는 주5일 도입을 반대하는 은행 측과 찬성하는 금융노조를 설득했다. 이어 노사 대표 논의 기구인 은행권 전체 공동 단체 협상(공단협)이 열렸다.
결국 은행권은 타 산업보다 먼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당국 수장은 위 두 사례와는 정반대의 대처법을 고수하고 있다. 대화를 거부하고 사측을 통해 노조를 압박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3차 금융개혁회의추진위원회에서 "최근 성과주의의 본질이 관치 등으로 왜곡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금융노조는 성과주의를 왜 못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경발언을 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주택금융공사, 기업은행 등 7개 금융공공기관의 사용자협의회 탈퇴를 종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도 사안별로 노사 간, 또는 노정 간 갈등이 첨예화 됐지만 금융당국 수장이 중재안을 내놓고 합의 도출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의 장을 만들어줬다"며 "결국 대화를 통해 노사정 간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도출해낸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의 금융수장은 사측을 뒤에서 압박해 노조와의 대화 자체도 방해하고 있다"며 "대화가 단절되면 오해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기업은행 노조의 집회를 지나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