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에 자살한 고객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생보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지 않은 보험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 건에 대해서도 지급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삼성·한화·교보·ING생명 등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16개 생보사를 소집해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와 함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전달했다.
특히 금감원은 소멸시효 2년이 지난 계약에 대해서도 지급하라며 지급 현황을 매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생보업계는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계약에 대해서는 재해보험금을 지급하겠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지시에도 생보사들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생보사의 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이 있는데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및 재해사망특약 보유 건수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2014년 4월말 기준) 생보업계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179억원(2647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자살 보험금' 소송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생보사들이 약관을 잘 살피지 않고 작성했기 때문이다. 이 약관은 당시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만들었는데, 이를 타 보험사들이 따라 쓰면서 대부분의 보험사도 이를 적용하게 됐다.
금감원은 자살 보험금이 논란이 되자 지난 2010년 1월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자살에 의한 사망보험금 지급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은 채권자 보호 측면에서 볼 때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채무 이행 거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채무자(보험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생보사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판결도 나지 않은 소멸시효가 지난 청구에 대해 금감원이 나서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며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의 권고 이후 신한생명은 대법원 판례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