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정부 당국의 환율 개입은 1150원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외환당국은 이번달 초부터 계속해서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도 두 차례 개입해 1170원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장 마감 30분을 앞두고 매도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올 들어 처음으로 1160원대로 떨어졌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현물시장 순매수 기조가 살아나 급락세가 연출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 개입의지가 강해 올해 1150원대에서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현재 정부 개입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가깝다"며 "하락세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에서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 당국 "하락 속도 빠르고 수출 채산성 우려돼..."
전문가들은 당국의 의지가 확실할 만큼 1150원대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당국은 "환율의 쏠림이 심하다"고 구두개입을 시사했고 지난 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비정상적인 환율 움직에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속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다.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수출 기업의 채산성 문제도 불거진다.지난 2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한해 우리나라 무역흑자는 4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렇게 흑자를 내면서도 '환율 효과'때문에 별다른 이득을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환율이 제일 높았던 올해 3월3일 1570원대로 계산할 경우 400억달러는 62조8000억원에 이르지만, 연말 환율이 1150원대로 내려 앉을 경우 46조원에 불과하게 된다. 단순계산으로도 가만히 앉아 무려 16조원이나 손해를 보게 되는 셈.
환율 하락의 효과는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동차, 정보기술(IT)회사 등 증시를 크게 움직이는 대형주들의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게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환율 하락으로 인해 실제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의 모멘텀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4분기 평균 환율이 달러당 1250원대일 때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3조4300억원이 되지만 환율이 100원 내려 1150원일 때는 2조4400억원으로 1조원이 줄게 된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환율은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는 수출기업보다 내수를 살리는 쪽으로 환율이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의지가 확고함에 따라 환율이 급격한 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12일 환율 1170원대 마감..."달러 강세 일시적" 전망
한편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50원 오른 11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4.50원 오른 1169.00원에 개장한 후 1172.5원까지 올랐다가 네고 물량이 유입되면서 상승폭이 제한됐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주식시장의 마이너스 전환, 글로벌 달러 강세 전환, 고른 수급 상황 등으로 환율이 상승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원정환 외환은행 외환운영팀 대리는 "달러화 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큰 틀에서 달러화 하락세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비달러 자산 선호 추세와 달러 약세 용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이번주에도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호주 중앙은행이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달러 하락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