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돌부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이번달 들어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맹활약하고 있다. 국내와 일본에서 쌓은 '끝판왕' 이미지를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대로 내보이고 있다.
오승환은 22일(한국시간)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경기에 8회초부터 등판해 탈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공 13개(스트라이크 9개)로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은 오승환은 평균자책점을 종전 1.29에서 1.19까지 떨어뜨리며 팀의 6-2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날 오승환은 팀이 6-0으로 앞선 8회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대타 필 고셀린을 맞아 5구째 시속 92마일(약 148km/h)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을 잡았다. 1번 타자 진 세구라를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한 뒤 브랜든 드루리마저 4구째 시속 87마일(약 140km/h)짜리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최고 구속 93마일(약 150km/h)을 찍은 오승환은 이날 포심 패스트볼(9개)와 슬라이더(3개) 단 두 구질만 던지며 타자를 상대했다. 단조롭게 보일 수 있지만 연일 위력을 더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포심 패스트볼과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슬라이더를 믿은 결과다. 자신 있게 상대에 맞서는 강심장은 덤이다. 워낙 최근 컨디션이 좋아 굳이 세 번째 순위의 공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이로써 오승환은 지난 3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1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한 후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 8경기(9이닝)에서 오승환은 안타와 볼넷을 각각 세 개와 한 개씩만 내줬을 뿐 탈삼진 11개를 빼앗으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오승환은 이번달 들어 9경기(9.2이닝) 5피안타 1볼넷 12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 0.93을 기록했다. 21경기(22.2이닝) 1승 무패 6홀드 10피안타 7볼넷 31탈삼진 3자책점을 올린 올 시즌 전체 성적보다 뛰어나다.
최근 호투를 발판 삼아 오승환은 팀 내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평균자책점 2위인 딘 키퍼(2.08)를 크게 앞섰다. 그나마 키퍼는 올 시즌 단 4.1이닝(4경기)만 소화하고 있어 오승환과 직접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3위 트레버 로젠탈(2.57)과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로젠탈은 2014년(45세이브)과 지난해(48세이브) 맹활약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지만 14이닝(15경기)만 던지고도 오승환보다 평균자책점이 크게 뒤졌다.
오승환은 아직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해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순위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16세이브로 현재 내셔널리그 세이브 1위인 진마 고메스(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2경기(23.2이닝)에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한 걸 생각할 때 오승환의 올해 활약이 얼마나 빼어난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현지 언론도 이런 오승환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지난 20일 첫 40경기 성적을 토대로 올 시즌 신인왕 후보를 전망했는데 불펜 투수론 이례적으로 오승환을 언급했다. 불펜 투수가 타자나 선발 투수보다 입지가 뒤지는 게 사실이나 지금의 활약을 계속 이어간다면 정말 '큰일'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오승환이 22일 애리조나전에 8회초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