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80억644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9% 줄었다. 지난해 4분기 보였던 수요둔화 조짐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낸드플래시 칩 가격이 10%가량 급락한 영향이 컸다. 션 양 디램익스체인지 리서치디렉터는 "소비자가전 시장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35.1%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전분기 33.6%에서 1.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8억2670만달러로 1.2% 늘었다. 고부가가치의 기업용 SSD 매출 호조가 소비자용 저장장치 부진을 상쇄시켰다. 반도체 매출 증가율을 데이터 기본 단위인 비트로 환산한 비트 성장률이 9%대를 유지한 덕에 6~8%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여파를 줄일 수 있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노트북 시장에서의 SSD 보급율 향상과 데이터센터 수요 만족에 주력해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위는 일본의 도시바가 차지했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12.8% 증가한 17억443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5회계연도 종료시점에 맞춰 재고 소진에 주력한 결과, 출하량이 20~25% 급증했다. 시장점유율도 18.6%에서 21.6%로 대폭 상승했다. 트렌드포스는 적층 기술력을 앞세운 도시바의 추격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생산량의 70% 이상에 15나노 기술이 사용됐고, 40% 이상은 TLC 기반의 제품이었다. 올 하반기에는 48단 3D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의 자본 지출은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추산했다.
샌디스크(15.1%), 마이크론(13.3%), SK하이닉스(7.9%)가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이들은 낸드플래시 칩 가격 하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SK하이닉스는 매출이 23.8% 급감해 점유율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애플 등 전략 거래선인 스마트폰 업체들의 주문 축소로 낸드플래시 ASP가 12% 급락했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비트 성장률이 30%를 초과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1분기의 기저효과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신규 수요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D 낸드 제품에 14나노 공정을 도입한 데 이어 3D 낸드 경쟁력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