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유럽향 수출 급증…'깜짝효자' 부상

1분기 34만톤 수출, 전년비 2배 급증…"중국 둔화가 더 큰 문제" 우려도

입력 : 2016-05-23 오후 5:02:35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유럽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깜짝 효자'로 떠올랐다. 유럽의 석유화학 설비들이 지난 수년간 노후화 등으로 폐쇄(스크랩)가 진행되면서 최근 내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수입량을 늘리면서다. 국내 업체들에게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도 없다.
 
23일 EU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기준 EU의 석유화학제품 수입량은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폴리에틸렌(PE)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하며 가장 많은 수입 증가량을 보였고, 폴리프로필렌(PP) 43%, 고순도테레프탈산(PTA) 42%, 벤젠 39%, 고기능합성수지(ABS) 38%,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33%, 모노에틸렌글리콜(MEG) 32% 순으로 늘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재정위기 등에 따른 영향으로 노후화된 석유화학 설비가 지속 폐쇄됐다"며 "자연스럽게 화학제품 가격이 여타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타이트한 수급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입량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증가세도 뚜렷하다. 원자재 정보제공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업체들의 EU향 수출은 34만2000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급증했다. HDPE가 5.2만톤(전년비 264% 증가), LLDPE 5.2만톤(331%), LDPE 2.1만톤(98%), PVC 2897톤(430%), PP 4.7만톤(118%) 등이 수출길에 올랐다.
 
지난 3월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항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보다 냉정한 진단도 존재한다. 중국향 수출 감소에 따른 반사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유럽향 수출 증가는 최근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이 정체됨에 따라 유럽 쪽으로 물량을 돌리면서 발생한 일시적 반사효과로 보인다"며 의존도가 높은 중국시장에서의 개선 여부가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올해 중국의 에틸렌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으로, 다운스트림의 생산량 증가세가 뚜렷하다"며 "수요 둔화와 함께 자체 공급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은 더 빨리 진전될 전망으로, 대중국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수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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