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만 바꿔도 아파트 관리비리 확 줄어든다"

비리 막으려 도입한 규제가 오히려 비리 양산
과도한 규제가 입주민 재산권 침해

입력 : 2016-05-26 오후 4:12:03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아파트 관리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실에 맞지 않는 아파트 관리 관련법이 오히려 비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개인의 사적자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로 비리를 조장하고 입주민 간 분쟁과 다툼의 씨앗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는 단지 내 경비업체 선정 시 설립 10년 이상, 배치인원 100명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가 해당 관청 감사에 적발돼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 선정 시 승강기 자격증 소지자 1인 주간 상주 및 서울·수도권 소재 업체로 제한해 입찰을 진행했다가 해당 관청 감사에 적발돼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두 사례 모두 국토교통부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고시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고시에 따르면 용역 업체 입찰 시 해당자격요건을 갖추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특별한 제한을 둘 수 없도록 돼 있다.
 
이같은 규제는 당초 특정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참가자격을 설정함으로써 경쟁입찰의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잦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고시는 지난 2010년 7월6일 처음 시행된 이후 지난해 11월16일까지 10번에 걸쳐 개정됐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편의를 위해 입주민대표회의 등을 통해 의결한 사항이지만 오히려 규제로 작용해 불편한 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경비업체의 경우 워낙 폐업과 창업이 잦아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제한을 실시했다는 주장이다.
 
승강기의 경우 고장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아파트와 인접한 지역 업체를 선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의 경우 전체의 90% 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담합이나 특정 업체 밀어주기 등의 의도로 보기 힘든데도 단순히 법 위반 여부만 판단해 비리로 치부해버린다는 것이다.
 
경기 군포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사업수행실적평가 없이 입주민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하자보수 관련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 아파트의 경우 입주 20년 이상 된 단지로 수시로 배관과 펌프 고장이 발생했지만 장기수선충당금 부족 등으로 전면 교체를 할 수 없어 문제 발생 시 마다 수의계약을 체결해 수리하는 상황이었다.
 
법 상으로는 공사 계약 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상황이 급하다 보니 긴급공사로 입대위 의결을 거쳐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서울 한 아파트 입대위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는 자치공간인데 규제가 너무 심해 오히려 그것 때문에 불편하다는 입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며 "아파트 관리비리는 없어져야 하지만 비리 단속에만 집중해 입주민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관리업체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위법인 줄 알면서도 입대위의 결정을 실질적으로 만류하기 어렵고 향후 감사를 통해 적발될 경우에 관리업체가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비리 중 공금을 횡령하는 등 실질적인 비리보다는 아파트 주민의 편의와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을 진행했다가 비리로 적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규제를 위한 규제를 만들고 개선보다 적발위주의 감사가 시행되니 보니 오히려 규제가 비리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파트 관련 비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파트 유지, 보수 등 용역계약 시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부 입주민대표위원들이 업체와 짜고 특정업체에만 일감을 몰아주는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규제 철폐나 완화보다는 관리업체과 입주민대표회의, 관리 소장 등 세 주체가 서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아파트 관리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실에 맞지 않는 아파트 관리 관련법이 오히려 비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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