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베스트셀러와 롱테일의 경제

입력 : 2016-05-26 오후 3:14:50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Pareto)는 부의 불균형 현상을 연구하다 80대 20 법칙을 발견했다. 전체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80대 20 법칙은 여러 분야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전체 고객 중 상위 20%가 전체 매출액의 80%를 기여한다든지, 전체 상품 중 20%의 상품이 매출액 80%를 설명한다. 또 전체 물품 중 20%가 재고(inventory)의 80%를 차지하거나, 제품 불량요인 중 20%가 전체 불량의 80%를 설명한다. 마케팅과 생산운영관리 분야에서 80대 20 법칙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돼왔다.
 
정보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이 비즈니스에 활용되면서 80대 20 법칙이 도전받고 있다. 예전에는 정보가 부족해 알 수 없었던 영역에 대해 정보가 제공됨으로써 롱테일(긴 꼬리, The Long Tail)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매출 기여가 높은 순서대로 상품을 나열하면 상위 20%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하위 80%는 바닥에 깔리는 꼬리가 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경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던 80% 부분의 꼬리부분의 비중이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좋은 예로 아마존의 서적 판매를 들 수 있다. 상위 20%의 판매상품들이 전체 상품의 50% 수준정도로 하위 80%가 매출이 50%를 설명할 정도로 긴 꼬리를 갖는 분포를 보인다. 이런 긴 꼬리가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틈새시장의 비중이 커져 많은 상품이 조금씩 팔리거나 히트 상품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상품이 집중적으로 팔리게 돼 꼬리가 길어 보이는 것이다. 
 
MIT의 브린욜프슨 교수는 이 롱테일 현상을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같은 상품, 같은 가격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판매한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80대 20 법칙이, 온라인에서는 롱테일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롱테일 현상의 원인이 온라인 판매의 경우, 더 많은 상품을 전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과는 배치된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온라인 판매의 경우, 검색이나 추천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틈새상품들의 판매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해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롱테일 현상이 나타난 이유라고 본 것이다. 
 
한편, 온라인 경제에서 베스트셀러의 집중도 역시 높아진다. 전적으로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게임의 경우, 상위 1%의 고객들이 80~90%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킨다. 스마트폰에서 하는 소셜 게임에서는 이런 현상이 좀더 극단적으로 나타나서 상위 1% 고객들이 99% 이상의 매출을 설명하며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무료 이용을 하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이 현상을 공급의 측면과 수요의 측면으로 나누어 이해해 볼 수 있다. 공급 관점에서 보면 정보기술의 발달로 기업의 비용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업에서는  주문이 있든 없든 임대료도 들고, 재고비용, 인건비도 내야했다. 그런데 주문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상품이 팔릴 때에만 비용이 발생한다. 불확실성으로 발생하던 비용이 사라지면서 좀더 효율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 
 
수요관점에서 보면 고객은 입맛에 맞는 상품을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다. 상품의 내용, 특징과 가격도 손쉽게 비교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도 공유한다. 좋은 상품에 대한 정보는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미세한 차이를 가진 틈새상품의 판매도 늘어나고 또 동시에 좋은 베스트셀러 상품에 대한 홍보도 쉬워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경제에서는 베스트셀러인 일부 상품은 더욱 많이 팔리고, 또 다수의 상품이 소량 판매되는 롱테일이 동시에 나타난다. 온라인 경제가 오프라인 경제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즉시 정보를 검색하고 상품을 구매하며 즉시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양극화의 양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전에 80대 20 법칙은 경제학, 경영학에서만 사용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20%의 운전자가 전체 교통위반의 80% 정도를 차지하며, 20%의 범죄자가 80%의 범죄를 저지르고, 20%의 직원들이 그 조직의 80%의 일을 하는 것 등등을 설명하는 사회과학 전반에서 활용되는 범용적인 법칙이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온라인, 모바일 기술이 확대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베스트셀러와 롱테일 현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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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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