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며 위기론에 시달리는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금년 초 미국 달러화의 강세는 두 가지 상반된 점을 내포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미국 경제 회복의 결과로 실물경제 회복을 반영하며 미국 중심의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미국시장 밖에 머물던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해 신흥시장 국가들은 금융시장 혼란에 이어 경제의 펀더멘탈을 악화시킨다. 달러화 강세가 지금까지 신흥시장과 역의 상관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급격한 달러화 강세의 부정적 작용이 우려됐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크게 변했다. 얼마 전까지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진입 전망과 중국 위안화의 추가적인 절하 가능성이 예견됐다. 하지만 이달들어 원·달러 환율은 1130원 수준까지 하락하고 위안·달러 환율 역시 6.5위안 아래로 하락했다. 신흥시장 중 가장 높은 위험국가로 분류되었던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역시 반등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110엔을 하회하며 연중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달러·유로 환율 역시 상승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 환경은 불과 1분기 만에 크게 변화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상당히 신중히, 그리고 시장의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경제는 장기적인 회복 과정에 있지만 현재의 경제지표는 기대치에 미달하고 있으며 구조적인 저물가 압력을 감안할 때 유동성 회수 가능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미국 내부적인 측면에서 달러화 강세를 이끌 만한 요인이 약화되며 작년 하반기 이후의 신흥시장 위기론 역시 상당부분 약화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신흥국 위기론 완화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에서 벗어나고 있다. 실물경제 자체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부실대출과 자본유출 위험에 의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크게 완화됐다. 중국경제의 우려는 연착륙 및 성공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안도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고 신흥시장의 통화약세 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주목되는 변화다. 이는 신흥시장에서 자본유출이 완화되며 무차별한 금융시장 약세가 마무리 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글로벌 외환시장 흐름은 어떨까? 우리의 전망은 글로벌 외환시장이 일방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국가별로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독일, 중국, 한국 등과 같이 경상수지 흑자국과 안정적인 외환보유고를 확보한 국가들은 통화약세 압력 완화에 이어 현재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이나 강화되는 통상정책을 감안할 때, 오히려 추가적인 절상 압력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반면 신흥시장 중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은 상대적인 통화약세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브라질, 인도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경상적자 축소 등을 위한 정책효과가 구체화된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인도의 경우를 보자. 2013년 모디 총리가 집권하며 ‘모디노믹스’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으로 7% 이상의 고성장세로 복귀하며 외국인 자금유입이 재개되고 루피화 가치도 안정됐다. 경제 실패에 이어 호세프 정권의 탄핵으로 정치문제가 확대되는 브라질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엔화강세 역시 주목되는 변화이다. 2014년 아베노믹스와 BOJ의 막대한 양적 완화로 인해 엔화약세가 급하게 전개되었으나 금년 들어 정부의 계획과는 반대로 엔화강세가 발생되고 있다. 엔화는 가파르게 절상되어 금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경우에는 주요 기축 통화국가 중 하나로 환율 변동을 결정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국의 환율경쟁이 심화되며 통화가치 변동을 야기할 만한 정책 수단을 지양하는 흐름을 본다면 엔화 가치가 작년과 같은 하락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의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되고 중국 경제의 우려감 해소와 맞물린 엔화강세 환경은 구조조정 과정에 진입하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엔화약세를 바탕으로 한 일본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주식시장의 상대적 강세 현상은 이제 한국 차례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마땅한 투자대안이 떠오르지 않은 저금리 시대, 위험자산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된 것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던 수급, 모멘텀, 실적 등이 요건이 미약하나마 갖춰지고 있다. 한국 시장을 떠났던 외국인은 3월부터 4조5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한국 시장을 사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걱정이긴 하지만 삼성전자 등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당초 전망보다는 좋다. 그리고 또 하나, 작년 국내기업들의 배당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넘어섰다. 더구나 기준금리는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도 있다. 저금리 시대의 주식투자가 위험하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좋은 투자 수단일수 있는 이유이다. 좋은 기업에 대한 장기투자가 답이다. ‘Good Company’를 찾아야 할 때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