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미래 ‘전기차 시장’ 패권 경쟁

미국, 합리적 가격으로 ‘대중화’…유럽, 업체별 '차별화'된 모델로 승부수

입력 : 2016-05-27 오전 6:00:00
지난해 폭스바겐의 ‘자동차 배출가스 스캔들’이 올해 다른 완성차 업체들까지 퍼지면서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 국 정부는 앞다퉈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친환경차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10년 뒤 전세계 자동차의 절반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업체들은 비슷한 듯 다른 친환경차 개발 전략을 내놓으면서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별 ‘차별화’된 전기차 출시
 
현재 친환경차 시장은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는 대중화가 되지 않았지만,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이미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주도해온 친환경차 시장에 지난해부터 BMW와 아우디, 르노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차별화된 기술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 판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유럽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발달해 관련 정책과 규제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유럽의 전기차 보급 확대 역시 각종 정부 정책과 파격적인 혜택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천국’이라는 독일은 지난해부터 전기차에 무료충전과 주차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년간 친환경차 전기차에 대한 세금 혹은 도로세 면제, 기업 소유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구입 시, 3300~7000유로의 보조금과 무료 주차를 지원하고, 자동차 등록비 75% 감면, 독일과 동일한 수준의 기업 소유 차량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전기차 구입 시, 자동차 가격의 25%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무료 충전과 주차를 지원하고, 자동차 등록비를 전면 감면해주고 있다. 유럽 중에서도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 역시 무료 충전과 주차를 지원하고, 등록비와 부가가치세, 자동차세까지 모두 감면해주고 있다. 이외에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 대부분 국가에서 세제 혜택 혹은 차량 구입 시 인센티브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BMW가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i8'을 국내에 소개했다. 사진/BMW코리아
 
BMW, 아우디, 르노 등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 역시 친환경 전기차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특히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전기차의 저가 중심 시장확대 전략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제품 출시 전략을 펼치고 있다. BMW는 도심형 순수 전기차인 BMW i3에 천연 섬유와 재생 가능한 원재료 등 친환경 내장재와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해 모든 공정에서 친환경을 채택하는 등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BMW i8의 경우,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스포츠카 PHEV로 선보이면서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움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우디는 최근 인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SUV를 순수 전기차로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이고 있다. 이처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IT업체들 전기차 개발 진출…”가격 낮춰 실용성 높여”
 
미국의 친환경 전기차 산업은 특징은 애플 같은 IT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외부에서 조달하면 되고, 설계기술의 난이도 역시 낮은 편이다. 실제로 애플은 오는 2019년 전기차 양산을 위한 전기차팀 ‘프로젝트 타이탄(Titan)’을 신설했고, 600명으로 시작해 최근 1800명까지 연구인력을 늘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은 절반으로 낮추고, 주행거리는 두 배 이상 늘려 전기차 상용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을 합리적 가격에 내놓으면서 전세계 자동차 소비자들을 열광케 했다. 출시 2주만에 사전계약 대수 30만대를 넘어서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닛산의 전기차 ‘리프’가 6년간 힘겹게 쌓아 올린 전기차 판매기록(20만2000대)을 출시가 되기 전에 갈아 치웠다. 실용성과 합리적 가격, 세련된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내년 말 출시할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스케치 이미지를 지난 4월초 공개했다. 사진/테슬라
 
미국의 대표적 완성차 업체인 GM 쉐보레 역시 올 연말 ‘반값 전기차’ 볼트 EV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소개된 볼트 EV는 전기차 시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받으면서 시선을 끈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소비자들에겐 보조금 이외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지난 2013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은 20만대였으나, 2년 사이 300% 넘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6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에 커다란 기회이자 위기”라고 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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