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국가대표선발 문제가 박 선수 측이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방으로 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중재신청(제소)으로 법적 분쟁의 국면으로 들어갔다. 대한체육회와 박 선수 측이 이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합의를 하지 않고 CAS 중재가 서면 제출 및 중재재판부 구성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심리절차로 넘어간다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 및 박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여부 문제는 일차적으로 CAS 중재판정에 의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CAS는 최근 대한체육회의 의견인, 지난 4월 7일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 불가 공표는 중재심판의 대상인 대한체육회의 최종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6월 16일경의 대한체육회 이사회의 결과를 보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서신을 대한체육회에 보냈다. 6월 16일경의 대한체육회 이사회 회의를 통해 박 선수 측이 바라는 내용으로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박 선수가 리우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이 된다면 대한체육회와 박 선수 측 사이의 분쟁은 종결된다.
6월 16일 대한체육회 이사회 결과에 따라 CAS 중재 진행여부 판가름날 듯
만약 6월 16일 이사회에서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CAS 중재가 박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논란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박 선수에게 적용되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발규정 조항이 앞선 '오사카룰'에 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간의 CAS 중재사건, 영국올림픽위원회(BOA)와 국제반도핑에이전시(WADA)간의 CAS 중재사건의 각 중재판정에 비춰 '이중처벌(double sanction)' 규정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해당조항은 무효라는 판정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CAS가 심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주요 쟁점은 '이중처벌' 만이 아니다. 여기서 자세히 논할 순 없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사정에 의하면 CAS 절차규정 위반 문제의 여지도 보여 CAS 규정에 따라 대한체육회로선 CAS 중재판정에 대하여 스위스법원에 절차규정 위반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CAS 중재가 규정개정 여부만 다룰 뿐 박태환 국가대표선발을 다루긴 어려워
또 다른 문제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발규정 해당조항이 이중처벌이어서 무효라고 중재판정을 받는 것이 바로 박 선수의 국가대표선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중재판정을 내려도 규정개정의 문제가 발생하고, CAS 중재판정 주문(conclusion)에서 박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라고 하는 것이 현재로선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선수 측의 제소 신청취지(request for relief)가 무엇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신청취지를 제소신청서(statement of appeal)에 담았다 하더라도 이에 관한 상대방은 수영연맹인데, 수영연맹이 정관에 CAS 중재절차 조항이 없다는 점을 밝히면 CAS 규정상 CAS가 수영연맹에 대한 제소 자체를 받아들일 순 없다(수영연맹은 아직 CAS에 어떠한 의견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박태환 선수가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패널로부터 징계를 받기 이전에 국가대표선발규정의 ‘이중처벌’ 문제를 제기한 사람으로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하나의 해결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위와 같은 CAS 중재에 관한 현실적 문제와 결부하여 박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논란과 현 국가대표선발규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국가대표선발규정의 이중처벌 문제를 해소하는 개정을 하고(여기선 개정규정을 편의상 '박태환 룰'이라 부른다) 그 '박태환룰'에 의해서 박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 대한체육회와 박 선수 측이 동의하면 좋고 동의하지 않더라도 6월 16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면 '이중처벌'의 법적 문제도 해소되고 국가대표선발에 관한 박태환 논란도 해소할 수 있음과 동시에 징계를 받았던 선수의 국가대표선발에 대한 하나의 합리적 제도를 마련하게 된다.
도핑 등으로 징계받은 선수의 국가대표선발을 심의하는 규정을 만들면... 이중처벌 및 박태환 논란을 해소하고 국가대표선발의 합리성을 보장할 수 있어
도핑, (성)폭력, 승부조작, 도박 등 반사회적·반스포츠 행위를 저지른 선수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엄중한 책임으로서 제명, 자격정지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징계를 받고 나서 기간만료 등의 사유로 징계에서 벗어나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가대표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별도의 가치관 내지 기준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 그리고 그 사회적 위치 및 영향력에 비춰 볼 때 위와 같은 행위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거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 재량의 여지도 없이 단정적으로 WADA 반도핑규정에 근거 없는 제한을 둔 것이 문제였지만 IOC가 '오사카룰'을 제정했던 취지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선발규정상 대표선발 제약을 둔 취지도 그러했다. 요즘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IOC, WADA 및 국제육상연맹(IAAF)이 러시아, 케냐 육상선수에 대한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를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정서에 기댄 것이다.
따라서 도핑, (성)폭력, 승부조작, 도박 등의 반사회적·반스포츠 행위를 하여 징계를 받은 선수에 대한 국가대표선발은 본인의 신청 또는 연맹의 신청에 의해서 선발여부를 심사하되, 사안의 중대성 및 징계의 정도,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해당선수가 당사사이거나 해당사안과 관련한 민형사상 사건 등 법적 분쟁의 종결 여부, 해당선수의 징계행위에 대한 반성 내지 징계기간 중 보인 처신(사회적 공익·공헌 활동 여부 등), 국제대회에서의 입상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평가요소로 하여 국가대표선발을 결정하는 룰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심결은 가맹단체 또는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에 근거를 두면 될 것이다. 이러한 '박태환 룰'에 따라 도핑 등의 사유로 징계를 받고 징계가 끝난 선수에 대한 국가대표선발을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면 최소한 '이중처벌'의 법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박태환 룰'을 제정함과 동시에 1호 케이스로 '박태환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여부를 다뤄보자. 그렇다면 박 선수의 국가대표선발 여부와 관련한 국가대표선발규정 개정과 CAS의 중재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박 선수 국가대표선발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박태환룰을 IOC 등 국제스포츠계가 채택한다면 더 좋을 일이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박태환.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