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대 비브랜드…가구업계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케아보다 국내 대기업이 문제…"하청 전락 또는 폐업위기 직면"

입력 : 2016-05-30 오전 8:54:48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고가의 브랜드 제품과 중·저가의 비브랜드 제품으로 양분됐던 국내 가구시장의 경계가 지난 2014년 말 이케아의 상륙 이후 허물어지면서 이들 간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11조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가구시장은 한샘 등 브랜드 업체가 30%를, 나머지 70%는 지역에 거점을 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문제는 브랜드 업체가 이케아 진출 이후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저가용 상품군을 출시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확충해 골목상권까지 공략하면서 불거졌다.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의 고양점 신축공사 기공식이 열린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공사현장에서 안드레 슈미트갈(왼쪽 다섯번째부터) 이케아 코리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 고양점장 등 내빈이 시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샘(1조7105억원), 현대리바트(6942억원), 에넥스(3083억원), 퍼시스(2436억원), 에이스침대(1927억원) 등 가구업계 ‘빅5’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반면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말 경기 광명·의왕·포천의 가구단지 관계자들 30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60%가 매출이 감소됐고 평균 감소폭은 13.5%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이케아 입점을 매출감소 이유로 든 것은 49.1%에 그친 반면, 대형 브랜드 업체를 이유로 꼽은 응답은 69.8%에 이르렀다. 경기연구원은 “이케아의 중소 가구업체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소 가구업체들은 이케아보다 대기업의 가구유통 진출 확대를 훨씬 더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대형 브랜드 업체들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보다는 기존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기고 유통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며 “결국 비브랜드 중소 생산업체들은 하청으로 전락하거나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사 위기에 몰린 비브랜드 업계는 단일대오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한국가구산업협회가 그간 대기업 출신을 협회장으로 뽑던 관행을 뒤엎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소업체인 금성침대의 고중환 대표를 협회장으로 선출한 것도 그러한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가구시장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협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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