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20대 국회가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해 4년 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20대 국회는 지속되는 경제 저성장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그리고 취업난과 구조조정, 양극화 심화,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의 과제를 안고 문을 연다. 대부분 ‘먹고 사는 문제’로, 이를 해결할 국회의 입법 노력이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새 국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로 역시 경제 문제를 꼽는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경제를 기업 중심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나라 전체 살림살이라고 봐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해 초반부터 치열하게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30일 ‘1호 법안’으로 국무총리실에 청년위원회를 설치해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는 내용의 ‘청년기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긴급현안 3대 법안’으로 생활화학물질피해구제법과 세월호특별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공정성장법, 낙하산금지법, 컴백홈법 등을 1호 법안으로 확정했다.
정치인들은 ‘민생’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지만 경제 관련 법안을 비롯해 많은 입법안들이 19대 때 외면 당했다. 이는 과반의석을 가졌던 새누리당이 국회 교섭에 대한 재량권을 청와대로부터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민주의 19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였던 이종걸 의원은 29일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에게는 실례되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외부인사로 발탁돼 자기 기반이 없어서인지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고 재량권을 반납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이 바뀌셔야 20대 국회가 성공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새 국회가 보다 생산적인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지금 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낮은 집단이 정치권”이라며 “각 정당이 그동안 정치적인 입장과 관련해 법안에 대해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는 관행들이 이어져 왔는데 개별 의원들이 이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늪에 빠져 있다. 청와대의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경색되면서 원 구성 협상부터 난항에 빠졌다. 당초 여야는 5월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원장(법제사법위, 예산결산위, 운영위)을 배분하는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진전을 못 보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7~9월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어서 국회가 대선을 앞두고 계파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대선이 다가올수록 각 당의 묻지마식 폭로전과 선심성 공약 발표가 난무하면서 민생 해결보다는 정쟁으로 흘러 국회가 공전할 우려도 있다.
2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