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남기고 6일간의 방한 일정을 30일 마친다. 지난 25일 방한 후 제주, 서울 등을 오간 반 총장은 29일에는 일산을 시작으로 안동을 거쳐 경주에 이르는 1박 2일간의 광폭 행보에 나섰다. 특히 반 총장은 전날 예정에 없던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고 각계 원로들과 만찬을 갖는 등 사실상의 대권 행보를 보였다.
반 총장은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 참석해 “로타리 회원들이 기부와 캠페인을 통해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싸움에 앞장서 희망을 주고 있다”며 “이 끔찍한 질병 퇴치를 위한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곧바로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고 오찬을 가졌다. 반 총장은 충효당 방명록에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빕니다”고 적었다.
반 총장은 특히 충효당 앞에서 “서애 선생의 숨결, 손결, 정신이 깃든 곳에서 그의 나라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 등을 기리며 모두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회마을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가 류성룡의 ‘나라 사랑’을 각별히 강조한 것 역시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충청과 대구·경북 연합 정권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충청 출신의 반 총장이 안동을 방문지로 선택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반 총장이 전날 갑자기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한 데 대해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은 28일 오전 10시쯤 김 전 총리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방문해 30분여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육사 졸업식에서 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계셨고, 제가 작년 구순 때도 서울 오면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었다”며 “국가의 원로고, 대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 와중에 반 총장이 충청권의 대표적 정치인이었던 김 전 총리를 만난 것을 두고 '인사차'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이후 반 총장은 이날 저녁 고건, 노신영, 이현재, 한승수 전 총리들을 포함한 각계 원로 13명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반 총장과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선 출마와 관련해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 앞뜰에서 기념식수를 마친 뒤 충효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