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꽉 막히는 고속도로 정체를 피해 기차를 이용한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특히, 5월 가정의 달에는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국 곳곳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과 KTX 노선의 확대에 수송 효율성이 떨어진 철도가 국내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은 폐철로와 잊혀져가는 간이역을 관광상품화 하면서 수익성 개선은 물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답답한 도로를 벗어나 기차를 이용한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가족 단위 기차이용 할인상품인 '패밀리 패스'의 경우 출시 보름만에 8200명의 이용객을 기록했다. 사진/코레일
31일 코레일에 따르면 가족이 함께 KTX 등 일반열차를 이용할 경우 운임을 할인받는 '패밀리 패스'의 이용객이 출시 보름만에 2만5000가족, 총 8만2000명을 돌파했다.
'패밀리 패스'는 5월 한달간 3인 이상 가족이 함께 KTX를 비롯한 ITX-새마을·새마을호·누리로·무궁화호를 탈 때 어른 운임의 20%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일반열차 뿐 아니라 가족 여행객을 위한 혜택은 관광열차에서도 계속된다. 코레일은 5대 관광벨트 열차를 가족이 함께 이용하면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이달 운영하고 있다. 여행하는 가족의 나이를 합해 100세 이상이면, 관광전용열차를 주중에 최대 25% 할인받을 수 있다.
대상 열차는 중부내륙열차(O-트레인), 남도해양열차(S-트레인), 평화열차(DMZ-트레인), 정선아리랑열차, 서해금빛열차이며, 전국 주요 역 여행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경의선 DMZ-트레인은 왕복 1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특별 할인상품 운영 효과로 5월 들어 2주간 철도 이용객은 전년보다 20만명(3.2%)이 증가한 646만6000명에 달했다. 특히 KTX 이용객은 5%(13만7000명)가 늘었다.
◇관광열차 타고 만나는 대한민국 재발견
코레일은 자연경관이 빼어난 철길과 간이역에 지역 관광자원과 문화를 묶어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도시와 전국의 숨은 보석 같은 관광지를 연결하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관광전용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O-트레인, V-트레인, S-트레인, DMZ-트레인, 정선아리랑열차, 서해금빛열차 등이 그 주인공이다.
관광열차의 맏형격인 중부내륙관광열차 O-트레인과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은 기차로만 맛볼 수 있는 백두대간의 절경으로 안내한다.
다람쥐 외관 디자인의 O-트레인은 수도권에서 중부내륙권(충북, 경북, 강원)을 관통한다. 열차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끼고 운행하며 도시인들을 자연 그대로의 청정지역으로 이끈다. 경북 봉화역과 강원 태백 철암역을 오가는 V-트레인은 기차가 아니면 가기 힘든 협곡 구간을 시속 30km로 달리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관광열차다. 백두대간을 누비는 백호를 형상화한 외관에 태양광 발전과 차내 선풍기와 난로가 설치된 복고풍의 친환경 열차로 '2015년 꼭 가봐야 할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에도 꼽혔다.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풍성한 남도의 문화를 이어주는 '슬로우 기차여행'을 모티브로 한 관광전용열차다. 다도의 고장인 남도의 향기로운 차를 즐길 수 있게 우리나라 열차에는 처음으로 좌식을 도입한 다례실을 비롯 힐링실, 가족실, 카페실, 이벤트실 등을 갖추고 있다. 거북선 이미지의 기관차가 남도 쪽빛을 띈 객차를 끌고 운행한다. 수도권에서 전라선을 타고 여수를 잇는 노선과 부산에서 경전선을 타고 보성을 오가는 두 개 노선이 있다.
평화열차 DMZ-트레인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으로 다시 태어난 비무장지대로 떠나는 유일한 열차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미카 모델 증기기관차와 평화, 사랑, 화합을 테마로 열차 내외부가 디자인 됐으며, 경의선과 경원선 두 개 노선으로 운행된다. 특히 경의선의 남쪽 최북단역 도라산역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 청량리역과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역을 오가며 정선의 아름다운 비경과 아리랑의 선율을 경험할 수 있는 정선아리랑열차는 우리나라 최초로 지역명칭을 열차이름으로 사용한 열차다. 정선아리랑 열차 디자인은 세계적 디자인 기업인 영국의 '탠저린'이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아리랑과 정선의 정서와 문화를 모티브로 작업했다. 개방형 전망창으로 강원도의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정선5일장과 함께 '태양의 후예', '삼시세끼', '킬미힐미' 등 TV 촬영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서해금빛열차는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장항선을 따라 아산·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익산 등 서해 7개 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떠나는 관광전용열차다. 세계 최초로 열차에 도입된 한옥식 온돌마루실과 습식과 건식의 족욕카페 등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열차내 이벤트로 주말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온돌마루칸은 전통 한옥 느낌의 패턴과 조각보, 돌길과 나무그늘의 이미지를 적용해 차분하고 편안한 대청마루 이미지로 구현됐다. 여름철에 온돌마루실은 담양 죽세공 돗자리, 죽부인, 죽베개를 갖춘 온돌·대청마루로 변신한다.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장항선을 따라 아산·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익산 등 서해 7개 지역의 주요 관광지로 떠나는 관광전용열차인 '서해금빛열차'. 사진/코레일
◇코레일이 운영하는 관광전용열차 '서해금빛열차'에는 세계 최초로 열차에 도입된 한옥식 온돌마루실(우측)과 습식과 건식의 족욕카페(좌측) 등이 갖춰져 있다. 사진/코레일
◇잊혀져가던 간이역의 화려한 변신
관광전용열차 운행으로 간이역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경북 봉화의 분천역뿐만 아니라 전남 보성의 득량역은 추억거리와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로 관광객을 불러모았고, 경의선 도라산역은 통일염원을 담은 테마공간 '통일플랫폼'을 개장해 새로운 안보관광 콘텐츠로 국내외 관광객을 맞고 있다. 이들 역에는 작년에만 47만명이 다녀갔다.
또한 V-트레인의 양원역, DMZ-트레인의 연천역, 정선아리랑열차의 선평역에는 열차가 정차하는 10분간 열리는 반짝 장터가 탄생했다. 마을 주민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됐고, 관광객들은 제철 농산물을 현장에서 구매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자유 이용 패스' 등 다양한 여행 상품 개발도 여행객 증가에 기여
코레일은 관광열차를 즐겨 이용하는 알뜰 여행객들을 위한 특별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관광전용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나드리 패스'는 5대 철도관광벨트 열차(O/V-트레인, S-트레인, DMZ-트레인, 정선아리랑열차, 서해금빛열차)는 물론 KTX를 제외한 모든 일반열차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알뜰여행 상품이다.
좌석 지정과 자유입석의 두 종류이며 좌석지정 2일권(7만원)은 편도 4회, 3일권(10만원)은 6회까지 좌석지정을 받을 수 있다. 잔여석이 없는 경우에는 자유석 및 입석을 이용할 수 있다.
여성만을 위한 상품도 있다. 여성 전용 관광열차 자유여행 상품 '미즈레일'이다. 만 30세부터 64세까지 3인 이상 여성이 함께 5대 철도관광벨트 열차를 주중에 이용하면 대폭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가격은 관광열차 종류(DMZ-트레인 제외)에 상관없이 2일 동안 편도 2회 좌석을 지정받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1인 3만3000원으로 기존보다 최대 30% 저렴한 가격이다.
또한, 코레일은 패키지 여행객을 위해 주요 관광 코스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좀더 편하게 여행하는 '미즈레일 패키지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비무장지대로 떠나는 유일한 열차인 평화열차 'DMZ-트레인'(좌측)과 정선의 아름다운 비경과 아리랑의 선율을 경험할 수 있는 '정선아리랑열차'(우측). 사진/코레일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