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이정운기자] 한국대부금융협회(이하 대부협회)가 P2P(Peer to Peer·개인간)대출 업체의 광고에 대해 범칙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금리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부업계가 P2P대출 업계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협회는 P2P대출업체인 8퍼센트를 방송광고 사전심의 규정 위반으로 범칙금 부과를 논의하고 있다. 이어 해당 광고에 위법성이 발견되면 관할 지자체에 과태료 및 영업정지 신고를 할 예정이다.
8퍼센트는 이날 케이블방송에 P2P대출업체 최초로 광고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부협회의 제재 논의에 일부 케이블방송사에서는 광고 송출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케이블방송사의 경우 광고 매출 중 대부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대부업계가 방송사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부협회의 이 같은 조치가 최근 급성장하는 P2P대출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의 최고금리 인하(연 27.9%) 결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중금리 대출시장에 은행과 P2P대출업체 등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P2P대출업인 빌리가 20여개 업체의 누적대출 잔고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기준 누적대출액은 11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2월(351억원) 이후 5개월 만의 213%의 성장률이다.
특히 P2P대출업계 1위인 8퍼센트의 경우 올 연말까지 누적 대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부업계는 최고금리가 종전 연 34.9%에서 27.9%로 낮아지면서 연 매출이 7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부협회의 이 같은 조치에 8퍼센트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부협회의 심의가 필수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광고의 경우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방송 심의규정집에 맞춰 제작하고 각 방송사의 승인을 얻기만 하면 된다. 8퍼센트의 경우 이미 종편과 케이블채널 심의팀으로부터 방송심의 적합 판정을 받은 상태다.
또한 8퍼센트는 일반 대부업과는 다른 영업형태다.
대부업의 경우 자기자본으로 직접 대출을 진행하고 이에 대한 이자(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하지만 P2P대출업체인 8퍼센트의 경우 투자처를 찾아서 다수의 투자자를 모으고 이 자본을 토대로 대출자를 선정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여기에 현재는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개하는 데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아 사실상 대부업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출금리도 평균 8~9%로, 최고금리 27.9% 이내인 대부업과도 비교된다.
8퍼센트 관계자는 "대부업법에서 정한 방송광고 시간을 준수하는 등 방송위원회와 각 방송사의 엄격한 심의를 통과했다"며 "대부협회의 심의가 강제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재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부협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자율광고심의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8퍼센트를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P2P대출업체가 대부중개업으로 등록돼 있어 타 대부업과 같이 방송광고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협회가 자체적으로 정한 대부금융광고심의규정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업자의 경우(제3조)도 대부금융 광고심의위원회를 통해 제재가 가능하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P2P대출업체가 대부협회회원사가 아니더라도 법령상 협회에서 부가한 심의 기능이 회원사에 국한돼있지 않고 모든 대부업자로 적용하도록 돼있는 상황"이라며 "P2P대출업체가 법상으로는 대부업으로 등록돼 있는 상황에서 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 '미등록 대부업'이라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에 8퍼센트 홈페이지 폐쇄를 요청했다.
이후 중소기업청과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핀테크지원센터의 중재로 대부업 등록과 전자상거래법에 적용받게 됐다. 이에 현재 대부분의 P2P대출업체는 기존 플랫폼 회사의 자회사를 대부업에 등록시켜 영업을 하고 있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P2P대출업체와 같은 핀테크기업의 경우 대부분 규모가 작은 신생업체"라며 "이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제도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8퍼센트가 1일부터 케이블방송사에 송출할 예정이던 광고 캡쳐.
김형석·이정운 기자 khs84041@etomato.com